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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먹구름에 다시 어두워지는 물가·수출 기상도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9.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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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향해 고공행진하는 국제유가가 국내 물가 진정세와 수출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국제유가가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들의 반등을 자극하고, 수출 전망지표의 반락을 불러오고 있어서다.

지난해 고물가에 이어 수출 부진 등 경기 둔화의 불씨를 키웠던 고유가 상황이 재현돼 지속될 경우 하반기에는 반등하는 ‘상저하고’의 경제 회복 경로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면 내수 위축이 불가피하고, 원유발 원가 부담 확대로 외수 회복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공급 부족 우려에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원유 시추 시설. [사진=AFP/연합뉴스]
국제유가가 공급 부족 우려에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원유 시추 시설. [사진=AFP/연합뉴스]

하반기 들어 25%가량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자물가를 2개월 연속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6(2015년 100 기준)으로 7월(120.08)보다 0.9% 상승, 지난해 4월(1.6%)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 폭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생산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1월(0.4%), 2월(0.2%), 3월(0.1%) 오름세를 타다가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던 4월(-0.1%), 5월(-0.4%), 6월(-0.2%) 내림세를 유지했지만, 7월 0.3% 반등한 뒤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년 전과 견줘도 1.0% 높은 수준인데, 전년 동월 대비로는 6월(-0.3%), 7월(-0.3%) 연속 하락하다가 3개월 만에 반등했다.

국제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석탄·석유제품이 전월 대비 11.3% 오르고, 폭염·폭우 등 계절적인 요인으로 농산물이 13.5% 상승하면서 16개월 만에 오름 폭이 최대로 커진 것이다. 유가와 직결되는 에너지의 경우 3개월째 상승하고 있는데, 오름 폭이 6,7월 연속 1%대를 밑돌다가 지난달 3.1%로 커졌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4% 상승, 석 달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기조적인 물가 오름세를 보여줬다. 상승률도 지난해 5월(0.6%) 이후 가장 높아졌다.

국내생산자가 국내시장에 내놓는 상품의 평균적인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생산자물가가 국제유가 영향으로 다시 꿈틀대면서 지난달 상승률이 3%대로 다시 높아진 소비자물가도 들썩일 우려가 커졌다. 또 다른 선행지표인 수입물가가 지난달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4.4%)으로 2개월 연속 오름세를 키운 상황에서 생산자물가가 동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95달러를 터치하는 등 100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로 여겨질 만큼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가파르기 때문에 우선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엔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원유값 상승이 전반적으로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가뜩이나 부진한 국내 수출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상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가 좋을 경우 수요 증가에 따라 오르게 되지만 최근 급등세는 산유패권국의 감산 유지 영향이 겹치면서 공급 측면의 재고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발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맞게 되는 고유가는 수출기업들로선 부담만 커지는 악재가 되는 셈이다.

유가 먹구름에 국내 기업의 수출 기상도도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3분기만 해도 지난달까지 11개월째 뒷걸음질 친 수출 경기 개선을 바라봤던 기대치가 4분기에는 다시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4분기 세부항목별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와 전체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제공]
4분기 세부항목별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와 전체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에 따르면 2000여개 조사 대상 기업들은 10~12월 수출 경기의 회복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EBSI는 100을 기준으로 무역 전망의 긍정과 부정을 가르는데, 4분기에 90.2로 나타났다. 1분기 81.8까지 떨어졌던 EBSI는 2분기 90.9로 올랐다가 3분기 108.7으로 개선 긍정으로 반전했지만, 마지막 분기에 다시 기준선을 밑돌면서 부진 우려가 커졌다. 

무역협회는 “국내기업이 전분기 대비 수출 경기의 악화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요국의 경기 둔화와 유가 상승이 수요 부진과 원가 상승을 연쇄적으로 유발하며 수출여건의 악화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4분기 ‘수출 플러스’ 낙관론과는 엇갈린 수출기업의 비관론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월별 변동성은 있으나 대체로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을 시작하는 초입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했다.

EBSI가 1개 분기 만에 기준선 100 아래로 하락한 데는 수출기업의 으뜸 애로로 원자재 가격 부담이 꼽힐 만큼 다양한 상품 가격에 반영되는 대표적 원재료인 국제유가 상승의 파급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5개 품목 중 12개가 원재료 가격 상승을 1순위 애로요인으로 꼽았다.

수출상담·계약, 수출대상국 경기를 비롯한 10개 전 항목의 지수가 기준선 100을 일제히 하회한 가운데 특히 제조원가와 수출채산성에 대한 전망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수출상품 제조원가(75.2) 항목에서 애로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는데, 수출핵심품목인 반도체(51.0), 석유제품(51.4), 반도체 부진을 상쇄하며 호조세를 보이던 자동차·자동차부품(69.2) 업종이 제조원가를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수출채산성(84.3)도 지난 분기(98.9) 대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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