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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 '불황형' 꼬리표 뗄 상품수지의 상·하방 요인들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0.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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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나타내는 8월 경상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여전히 수출보다 수입 감소 폭이 더 큰 ‘불황형 흑자’ 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5개월 연속 늘어나는 상품수지의 개선세가 하반기 반등 시나리오 ‘상저하고’를 떠받치는 모양새다.

정부가 ‘수출 플러스(+)’를 전망하는 4분기의 첫달 초순 무역전선에서는 수출 회복의 신호가 나타나면서 경기 반등 기대감도 커진다. 다만 중동정세 불안으로 다시 불거진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불확실성의 안개를 헤쳐나가야 경제 회복의 경로를 넓힐 수 있는 상황이다.

수출입 상품이 쌓여있는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전월보다 10억달러 이상 플러스 폭을 키웠다.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한 5월(19억3000만달러)부터 6월(58억7000만달러), 7월(37억4000만달러)에 이어 4개월째 플러스 행진이다.

지난해 4~7월 이후 13개월 만에 보는 흑자 퍼레이드는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수출-수입)의 회복세가 주도했다. 수출(537억5000만달러)이 1년 전보다 6.5%(37억1000만달러) 감소한 것보다 수입(486억8000만달러)이 21.0%(121억9000만달러) 줄어든 폭이 더 커지면서 50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12개월 연속, 수입은 6개월 연속 뒷걸음한 가운데 수출이 많은 게 아니라 수입이 적어서 발생하는 경상수지 흑자에 ‘불황형’ 꼬리표가 넉 달째 붙었지만, 상품수지가 ‘나라 가계부’의 버팀목 역할을 다시 맡는 흐름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6개월 연속 마이너스(-) 고리를 끊은 상품수지는 지난 4월(5억8000만달러) 플러스 전환한 뒤 5개월째 흑자 폭을 키우고 있다. 8월 50억달러대에 진입한 흑자는 지난해 3월(56억달러) 이후 17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서비스수지는 16억달러 적자로 1년 전보다 마이너스 폭이 3억달러가량 커졌는데, 여행수지 적자(-11억4000만달러) 영향이 컸다. 다만 7월(-25억3000만달러)보다는 적자가 크게 줄었다.

상반기만 해도 적자였던 상품수지(-35억달러) 대신 195억달러 흑자로 경상수지를 지탱했던 배당·이자 등 본원소득수지는 8월 분기 배당지급액이 늘어나면서 14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1년 전(25억9000만달러)이나 전월(29억2000만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큰 폭 축소됐다.

하반기 들어 상품수지가 경상수지를 떠받치는 흐름이다. 수출 호조세만 더 커진다면 한은이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종전보다 30억달러 올려 잡은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270억달러) 달성 가능성은 한결 높아지게 된다.

한은도 목표 달성에 긍정적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지난달 기자설명회 당시 8~9월 수출 감소 폭이 축소되고, 4분기에 플러스 전환할 가능성 있다고 한 경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부장은 “9월 경상수지는 8월보다 흑자 규모가 커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며 “통관 기준 9월 무역수지(37억달러 흑자)가 잘 나왔기 때문에 상품수지가 8월보다 늘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1∼8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09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36억6000만달러)과 견줘 54% 급감한 상황이다. 산술적으로 9월부터 월평균 4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 지난해 흑자 수준(298억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연간 목표치는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월간 경상수지와 상품수출입액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월간 경상수지와 상품수출입액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문제는 4분기 출발 시점에 상품수지 상·하방 요인이 혼재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대체 효과는 미국을 향한 수출에서 찾을 수 있는 신호가 나타난 점은 긍정적이다. 이 부장은 “설사 중국 경제가 계속 부진한다고 하더라도 올 들어 대 미국 수출이 좋은 상황”이라며 “2018년 대중국 수출 비중은 26.8%였는데, 올해는 9월 기준 19.7%로 내렸고, 미국은 18%까지 올랐다”고 대미 수출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가 좋아지면서 중국 수출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국이 부진하더라도 미국 수출이 어느 정도 이를 상쇄해 주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0월 들어 무역전선의 먹구름이 옅어지는 기미를 보이는 것도 상저하고의 전망 경로에서 고무적인 대목이다. 10월 초순 임시공휴일 등 휴일이 많았음에도 수출 지표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이날 내놓은 이달 1~10일 수출입(통관기준 잠정치) 현황에 따르면 수출액(115억8700만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줄어 한 자릿수 감소에 그쳤다. 

특히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5억7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9.2%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는 경기 하강기를 불러온 수출 감소세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9월(16%)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초순만 해도 일평균 수출액이 21억2000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14.5%)를 보였는데,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한 것이다. 일평균 금액도 지난달 연중 최고치를 찍은 26억달러에 근접하면서 추세적인 개선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평균 수출액부터 지난해 9월 수준(26억6000만달러) 회복을 눈앞에 두는 분위기다.

반면 10월 들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급등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게 불안 요인이다. 산유 패권국의 감산 지속 결정으로 지난달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글로벌 유가는 최근 중동발 리스크가 더해지자 배럴당 100~15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부르면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이같은 중동정세 불안으로 원유값이 지난해처럼 100달러 시대를 맞을 경우 상품수지 악화는 물론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원가부담을 높여 우리나라 경제 회복의 시나리오는 그만큼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 부장은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발발하면서 국제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맞다”며 “아직 국제 금융시장이나 우리나라 시장은 장기화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경각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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