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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1년만에 '역대 최대'...대출관리 강화도 '시차' 효과 나타날까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11.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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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고금리 기조에도 올 3분기 전체 가계신용(빚)이 1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주택수요 증가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나면서 가계대출의 최대 잔액 기록 경신을 주도했다. 올해 감소세를 보이던 카드 빚까지 증가 전환하면서 가계 빚 규모는 커졌다.

가계신용은 전년 동기 대비로도 올해 처음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4분기 수출 플러스 전환으로 경기 회복 신호가 울린 국면에서 가계부채가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당국의 증가 속도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게 됐다.

가계부채 잔액이 1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사진은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서울 시내 한 은행. [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 잔액이 1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사진은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서울 시내 한 은행.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3분기(7~9월)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4조3000억원(0.8%)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말(1871조1000억원) 수준을 1년 만에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증가 폭도 2021년 4분기(17조400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컸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금액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 가계부채'를 뜻한다. 가계신용은 통화긴축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4분기(-3조6000억원)과 기준금리가 동결되기 시작한 올해 1분기(-14조4000억원) 연속 감소했지만 2분기 8조2000억원 증가로 반등한 뒤 다시 고점을 찍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1759조1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11조7000억원(0.7%) 늘어났는데, 이는 지난해 2분기(1757조1000억원) 이후 역대 최대치다. 오름 폭 또한 2021년 4분기(12조1000억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 잔액은 전 분기 대비 17조3000억원(1.7%) 급증한 1049조1000억원으로 두 분기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증가 폭은 2분기(14조1000억원)보다 확대됐다. 1년 전과 견줘서는 4.0%(40조4000억원)나 폭등했다. 집값 회복 심리에 늘어난 주택 수요가 주담대 급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올해 1분기 11만9000가구, 2분기 15만5000가구, 3분기 14만9000가구로 활발한 데, 2분기 주택거래가 3분기 주담대에 반영된 것이다. 통상 주택 거래신고 뒤 1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 모기지 상품과 현재는 당국의 대출관리 강화로 사실상 중단된 은행권의 50년 주담대도 뒤늦게 영향을 준 셈이다.

반면 기타대출은 710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5조5000억원(-0.8%) 줄었다. 신용대출과 비주택부동산 담보대출 위축으로 8분기째 감소세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이 10조원 늘어난 904조5000억원으로 2분기째 증가세를 나타냈는데, 기타대출 감소세에도 주담대 증가 폭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 기타금융기관은 6조5000억원 증가한 53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4조8000억원 줄어든 323조7000억원으로 5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카드를 쓰고 아직 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빚으로 잡히는 판매신용은 여행·여가 수요 증가 등으로 신용카드 이용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 분기 대비 2조6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1분기(-3조3000억원), 2분기(-5000억원) 연속 내리막 뒤 반등이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3분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감소세는 이어졌지만, 주택 경기 회복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판매신용도 3개 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전체 가계신용 규모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다시 따라붙은 가계 빚 증가세의 진정 여부다. 지난달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서면서 이달 들어 정부도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 만큼 가계부채 리스크가 급격한 소비 위축 등을 불러온다면 절실한 경제 회복을 그만큼 지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도 가계신용은 0.2%, 그중 가계대출도 0.1% 각각 증가했다. 모두 2개 분기 연속 감소세에서 올해 처음으로 증가 전환한 것이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한은의 진단은 ‘관리 가능’ 수준이다. 서 팀장은 “가계신용은 2·3분기 평균 11조원 정도 증가했는데, 과거 2020~21년 중 분기별 평균 30조원 이상 증가한 시기나, 2010~19년 중 분기 평균 20조원 증가한 시기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올해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가계신용 증가율은 0.2%로, 가계부채가 0%대 초반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계 빚 증감액, 증감률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가계 빚 증감액, 증감률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그러면서 “한은은 가계부채 규모 자체를 급격히 줄이는 것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점진적인 하향 안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공개된 국제금융협회(IIF)의 가계부채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기준 100.2%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1위에 올랐다. 2분기보다는 1.5%포인트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거의 4년째 관련 통계에서 수위를 지키고 있다. GDP 규모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은은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80%를 상회할 경우 중장기뿐 아니라 단기 성장률도 떨어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임계수준인 80%를 넘는 국가도 한국을 비롯해 홍콩(95.2%), 태국(91.5%) 등 3개국뿐이다.

한은은 4분기엔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본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가운데 추가 대출 규제를 통해 실수요 자금 외의 대출 공급을 점차 줄여나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시장에 내놓을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 팀장은 “최근 주담대 금리 상승에 따른 금리 부담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확산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상 측면에서 시차를 두고 주담대가 가계부채 규모를 역대 최대로 키운 것처럼 대응 측면에서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도 시차 효과로 가계 빚 진정세를 불러올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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