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은, 내년 성장 눈높이는 또 낮췄다...'초유의 저성장' 경고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8.24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한국은행이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붙들어맸다. 정부가 ‘경기 둔화 진입’을 진단한 지난 2월부터 반년째 지속된 동결모드다. 경기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상황에서 소비·투자 위축을 감수하고 금리를 올려 경제 회복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기조가 이어진 것이다.

하반기 첫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1.4%)을 조정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는 ‘상저하고’의 경기 회복 경로와 부합하는 전망이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2%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반등의 힘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중국발 악재가 하반기보다는 내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악의 경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로 떨어지는 초유의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하반기에 걷힐 것이라는 '상저하고' 회복 시나리오가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에 반영됐지만. 내년 성장의 힘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하반기에 걷힐 것이라는 '상저하고' 회복 시나리오가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에 반영됐지만. 내년 성장의 힘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지난 1월까지 1년 반 동안 3.0%포인트(p) 올린 이후 지난 2월부터 4,5,7월에 이어 5번째 동결 결정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회의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가계부채 흐름 등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2분기 가계부채가 세 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고, 미국과의 역대 최대 금리차(2.0%p), 9개월 만의 환율 상승 등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최근 중국 부동산발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당초 기대했던 하반기 경기 회복 경로가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책금리가 유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는 경기 둔화 사정이 반영돼 동결됐지만, 하반기 회복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목됐던 한은의 성장 눈높이는 시차를 두고 조정됐다. 올해는 석 달 전 전망 그대로 유지되지만, 내년엔 1%p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금통위 회의 뒤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4%로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3%에서 2.2%로 소폭 조정했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달 나온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상치와 같지만, 내년 전망치는 정부(2.4%)의 예상치보다 낮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7월 말 기준 1.9%)과 간극도 좁혀졌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해 11월(1.7%), 올해 2월(1.6%), 5월(1.4%) 계속 꺾이다가 이번에 유지됐다. 반면 내년 예상치는 지난해 11월 2.3%에서 지난 2월 2.4%로 높아졌다가 2연속 1.0%p씩 떨어졌다. 경기 둔화 진입 초기만 해도 하반기 경기가 반등하면서 내년에 회복세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는데, 이제는 하반기에 어떻게든 반등해도 내년 들어 성장세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올해 전망치를 유지한 것은 국내 펜트업(이연된 소비 재개) 약화, 중국경제의 더딘 회복세, 미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긴축 우려 등 하방요인과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 미국경제 연착륙 가능성 증대 등 상방요인을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2분기에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다가 최근 소비와 수출 개선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하반기 이후 완만한 소비회복, 수출부진 완화 등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장 전망이 시차를 두고 갈린 것은 중국 경기 변수 때문이다. 이 총재는 ”예상했던 중국경제 성장률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침체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지 이전에 예상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성장률을 낮춘 것은 내년에도 중국경제의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4개월 남았다. 충격이 있다고 해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월 5.3%에서 이번에 5.0%로 낮췄고, 내년의 경우 4.6%에서 4.5%로 소폭 조정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 성장이 4.4%였다가 하반기에 4.7%로 높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 전망인 만큼 ‘차이나 리스크’가 내년 상반기에 쏠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한은이 내년 성장 눈높이를 2연속 낮추면서 잠재성장률(2% 수준)을 위협하는 선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가는 우리 경제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2년 연속 1%대 초저성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의 3가지 대안적 시나리오에 나타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비교. [자료=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의 3가지 대안적 시나리오에 나타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비교. [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의 기본 전망 외 3가지 가정에 따른 ‘대안적 시나리오’ 분석에서도 그 비관적인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향후 주요국 경기흐름, 원자재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점을 고려한 상황별 시나리오 상에서 최악의 성장은 올해 1.2%, 내년 1.9%로 점쳐진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이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하면서 정보기술(IT) 경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로는 올해 성장률은 1.5%, 내년은 2.4%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기후 등으로 원자재가격이 추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올해 성장률이 1.3%, 내년 성장률은 2.1%로 0.1%p씩 낮춰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중국 부동산 부진 지속으로 성장세가 추가 약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올해 1.2∼1.3% 성장에 이어 내년에도 1.9∼2.0% 성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이다.

한은은 중국 경제 회복세와 관련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빠르게 경기가 반등했지만 2분기 이후에는 부동산경기 위축 및 대외수요 부진 등으로 투자와 수출이 둔화되면서 회복 모멘텀이 약화됐다“며 ”향후 중국경제는 부양조치 등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동산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 구조적 리스크 요인과 미중 갈등 등의 영향으로 회복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 낙수효과는 계속 지체되는 가운데 부동산 위기까지 겹친 중국 경기 침체가 우리나라 경제 회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핵심 이슈로 굳어지고 있다. 국내외발 복합 위기 상황에 대응한 기준금리 조정뿐만 아니라 오는 11월 성장 눈높이에 대한 한은의 수정 전망이 어떻게 나올지도 벌써부터 시선을 끌게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