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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연체율, '분기말 효과'에 떨어져도...짙어지는 '고금리의 그늘'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1.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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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9월 은행 대출 연체율이 일시 하락했다. 분기말 연체채권을 상·매각하는 효과로 연체율이 3분기 끝자락에 0.3%대로 낮아졌다. 다만 신규 연체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4분기 재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발표한 '9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연체율은 3분기 마지막 달 0.39%로 전월(0.43%)대비 0.04%포인트(p) 떨어졌다. 분기말 효과로 4%대 연체율이 3개월 만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9월말 기준으로는 2019년 9월(0.44%)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대출 금리 안내문이 붙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지점. [사진=연합뉴스]
대출 금리 안내문이 붙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지점.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2년 9개월 만의 최고치인 0.40%까지 치솟았던 연체율이 2분기 마지막 달에 0.35%로 하락했던 것과 유사하다. 지난 8월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앞자리 숫자를 바꿔놓은 것이다. 다만 2분기 끄트머리에 0.05%p 떨어졌던 하락 폭은 한 분기 건너서는 다소 축소됐다.

은행권이 통상 분기말에 연체·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아예 지워버리는 '상각', 자산유동화전문사에 헐값에 파는 '매각'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나서는 만큼 연체율 하락은 일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리스크 관리로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전월(1조4000억원) 대비 1조6000억원 증가한 3조원을 기록, 전체 연체율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연체채권도 7월 9000억원 증가, 8월 8000억원 증가에서 9월 8000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부문별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연체율 모두 전월 대비로는 하락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05%p 하락한 0.42%를 기록했는데, 대기업 연체율이 0.01%p 오른 반면 중소기업 연체율은 0.06%p 떨어졌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35%로 0.03%p 내렸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전월말과 같은 0.24%였지만, 1년 전과 견줘서는 0.12%p 상승했다. 신용대출 등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의 경우 0.65%로 0.11%p 하락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0.28%p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향후 변수는 신규 연체율이다. 금감원은 “9월말 연체율은 분기말 상·매각 등으로 전월말 대비 하락했지만, 신규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연체율의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행 연체율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자금공급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건전성에 대한 선제적인 관리를 강화하고, 연체·부실채권 정리 확대와 함께 최근 거시경제 환경 등을 반영해 취약부문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9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은 2조2000억원으로 전월과 같았지만, 5개월째 2조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9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을 8월 말 대출잔액으로 나눈 신규 연체율은 0.1%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1년 전(0.5%)과 비교하면 배로 커졌다. 

신규 연체율은 올해 들어 0.08%~0.1% 구간에서 움직이고 있다. 분기말 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전체 연체율은 석 달마다 하락하지만, 지난 5월 0.1% 터치 이후 8, 9월 연속 0.1%를 찍은 신규 연체율은 고금리 시대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축소)의 변수가 되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 장기화의 그늘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가계·기업대출과 더불어 은행권 대출의 나머지 한 축을 이루는 카드대출의 연체율 증가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아직 3분기 말 통계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8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한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지난 8월말 2.9%로 한 달 새 0.2%p 올랐다. 1년 전 2.0%에서 1%p 가까이 증가한 이 연체율은 2015년 8월(3.1%) 이후 최고치다. 급전창구로 통하는 현금서비스·카드론 등 은행권 신용카드 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 금액이 소액이지만, 그 적은 대출금도 갚지 못할 만큼 경제주체들의 디레버리징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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