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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기 둔화' 공식화...갈 길 급한데 환율까지 위기감 키우는 이유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2.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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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해 6월 ‘경기 둔화 우려’를 제기하며 첫 경고음을 울렸던 정부가 새해 첫 달 ‘경기 둔화 확대’로 수위를 높인 뒤 이달 들어 '경기 둔화‘를 공식 인정하면서다.

정부의 '경기 둔화' 진단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굴곡진 경제 회복 과정에서 처음으로 나온 평가다. 지난해부터 밀어닥친 고물가 속에 내수 회복은 더디고 수출 부진과 기업심리 위축은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흐름이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워닝 시그널(경고 신호)을 울린 지 7개월 만에 정부가 경기 둔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앞서 이달 들어 국책연구원이 경기 둔화가 한층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과 눈높이가 맞춰진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발간한 '경제동향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KDI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한 뒤 한 달 만에 모두 둔화 국면 진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경제 지표를 보면 경기 흐름은 갈수록 악화하는 양상이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글로벌 경기 침체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역대급 부진에 빠져 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 4개월째 역성장 늪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지난달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인 126억5000만달러 적자까지 기록했다.

지난해 12월까지 집계된 산업활동동향에선 소매판매만 전월 대비 증가(1.4%)했을 뿐 전 산업 생산(-1.6%), 설비투자(-7.1%), 건설투자(-9.5%)가 동반해 뒷걸음쳤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경우 지난달 69로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했고, 2월 전망(68)도 2포인트 떨어져 비관적인 경기상황을 반영했다.

물가는 해가 바뀌어도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 8개월째 5% 이상의 고물가 기조가 이어졌다. 전월보다 상승률이 0.2%포인트가 반등하면서 “당분간 5%대 물가를 지속될 것”이라는 통화당국의 예상과 부합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5.0% 오르는 등 여전히 물가안정목표선(2%)를 크게 웃돌고 있는 고물가 국면이다.

경기 동행·선행·후행 지표 모두 어둡다. 현재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0.9포인트 떨어졌고, 향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5포인트 하락했다. 대표적인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 시장도 지난달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41만1000명 늘었지만, 증가 폭은 2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지난해보다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10만명으로 전망한 만큼 당분간 경기 둔화 상황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여건은 여전히 상방요인과 하방요인이 교차하는 불확실성이 크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세계경제 연착륙 기대감과 함께 통화 긴축기조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 등 하방 위험이 교차하며 세계경제 불확실성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심화되고 있고,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대중국 수출 개선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와 미래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현재와 미래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각종 지표는 악화하고 대외 여건도 개선될 기미가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대외 변수가 악재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환율 불안이다. 지난해 하반기 물가 상승기에 동행했던 고환율 상황이 재현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다.

환율이 오르면, 즉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기에 수입물가를 끌어올린다. 높아진 수입물가는 다시 소비자물가를 부추겨 물가 안정화의 발목을 잡게 된다.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이 수입물가 상승에 기인한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연말연시 안정됐던 환율이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다. 글로벌 통화긴축을 주도해왔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더 높게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킹달러‘가 다시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던 미국 인플레이션의 둔화세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데다 탄탄한 고용지표 확인으로 경기 침체 우려도 높지 않다는 관측에 따라 높은 수준의 긴축은 장기화하고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도 커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절하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준 긴축 공포가 영향을 미쳐 장중 1300원을 돌파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0일(1305.0원) 이후 처음이다. 종가는 연고점을 찍은 전 거래일(1284.8원)보다 14.7원 오른 1299.5원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7월 월 평균 달러당 1307.4원을 기록한 이후 10월 1426.6원까지 가파르게 올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줄인상으로 대응해야 했다. 11월 1364.1원으로 둔화하기 시작해 12월 1296.2원을 거쳐 지난달엔 1267.3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로 피크아웃(정점 통과)한 이후에도 5%대 고물가가 이어진 것은 환율 급등 타격이 컸다.

이달 들어 환율 안정의 1차 심리적 저항선인 1300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원화가치가 재하락한 만큼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하락하던 수입물가도 반등할 가능성이 커졌다. 환율 급등세가 꺾인 지난해 11월을 전환점으로 안정됐던 수입물가가 다시 전체 물가를 부추기게 되면 인플레이션 대응이 장기화하면서 그만큼 경기 부양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추 부총리는 지난 10일 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히 간다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대응)쪽으로 턴(전환) 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가 당국의 예상 경로대로 하향 안정화될 경우 경기 부양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경제정책 당국의 턴 어라운드는 적어도 4%대 물가는 보고나서야 판단할 공산이 있는데, 환율 불안이 수입·소비자물가를 연쇄적으로 다시 부추기게 되면 그 전환 시기는 늦어지고, 경기 진작 프로세스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다. 두 달 만에 다시 1300원선이 무너진 환율 상승이 갈 길 급한 우리 경제에 위기감을 키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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