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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역전세난 우려에 '핀셋' 대응 속도내지만...근본 개선 없다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6.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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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최근 주택가격 상승기에 우리나라 전체 주택 전세보증금 규모는 40%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추정으로 2017년 말 770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58조3000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1000조원 전세시장에서 2020년 7일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법' 시행 이후 단기간에 가격이 폭등했다가 지난해 밀려든 고금리에 직격탄을 맞고 집값·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역전세난이 지속되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 때 받은 전세보증금에서 떨어진 전셋값만큼 보증금 차액을 물어줘야 하는 역전세 현상.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동시 하락한 이번 주택시장 침체기에 조직적인 전세사기 사태와 더불어 가장 큰 후유증으로 꼽힌다.

앞으로 1년 내 계약이 만료되는 전국 주택 전세보증금 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19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전세 시세표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1년 내 계약이 만료되는 전국 주택 전세보증금 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19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전세 시세표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4일 내놓은 금융·경제 이슈분석에서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전세계약 중 6개월 내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7000가구)에서 지난 4월 52.4%(102만6000가구)로 2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역전세 위험가구의 계약 만기가 올 하반기~내년 상반기에 도래할 비중은 59.1%로 예상됐다.

이같은 '역전세 가구 50%' 시대에 향후 1년 내 계약이 만료되는 전국 주택 전세보증금 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역전세난 해소를 위해 임대인 대출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가격 하락기마다 되풀이되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19일 전세계약 기간을 2년으로 간주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계약이 만료되는 주택 전세거래 총액은 302조17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전세 실거래가 공개 이후 최대 규모의 거래액이다. 시기적으로 만료 예정금액은 올해 하반기 149조800억원, 내년 상반기 153조900억원으로 구분된다.

주택 유형별로 볼 때 아파트가 228조3800억원으로 전체의 75.6%를 차지한 가운데 연립·다세대 33조4200억원(11.1%), 단독·다가구 22조8100억원(7.5%), 오피스텔 17조5600억원(5.8%) 등이 뒤를 이었다. 직방 측은 “아파트 외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가량이지만 최근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아파트 외 주택에서 집중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118조68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98조9300억원), 인천(15조8200억원) 등 수도권에 77.3%가 집중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 1분기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40.3%에 달하는 300조원 규모의 전세보증금이 1년간 일시에 모두 반환되지는 않겠지만 전세거래보증금 거래총액이 줄어들고,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도 2년 전에 비해 13.5% 하락한 상황을 감안하면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전세보증금 계약만료가 예상되는 만큼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살피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하반기에 전세 고점 계약이 집중된 것으로 볼 때 최악의 역전세난은 ’미래진행형‘으로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정책목표로 세운 정부는 상반기부터 예고편으로 나타나고 있는 ’역전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역전세 문제와 관련해 "약 50%, 100조원 상당이 역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본다"며 "집주인이 전세 차액을 반환하는 부분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 집주인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속 세입자가 선순위 대출에 걸리지 않도록 집주인이 전세 반환보증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데, 집주인이 대출 자금을 투기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선 철저한 모니터링을 강조했다. "전세금을 반환하거나 차액을 보전하는 데 쓰는지, 제대로 용도에 맞게 쓰는지 직접 확인하면서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무부처에서는 대응책의 얼개가 잡혀가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부담 능력과 위험 평가 기능에 따라 전셋값이 책정돼야 하는데, 지금은 금융기관·보증기관·임대인·임차인 모두 시장 원리와는 따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 시장 원리를 작동시켜야 한다"고 기본 방향부터 제시했다. "갭투자의 '갭'을 가급적 벌려놓아야 임차인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며 임대인이 반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장해야 전세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세입자에 대해서는 과도한 전세대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전세난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임대인에게 DSR(총부채상환원리금상환 비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원 장관은 "국민들은 정부가 임대인에게 돈을 풀어주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며 "대출신청이 들어오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은 그대로 볼 것이고 보증금 반환 목적에만 쓰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출금이 임차인에게 직접 가야 하고, 다음에 들어올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인 부담으로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며, 임차인이 추가로 받은 대출에 대해선 금융기관 기준에서 볼 때 상환 능력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무엇보다 시장 원리의 정상화를 강조하면서도 올 하반기 피크를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역전세난의 사회적 파장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정부가 ‘핀셋 개입’에 나서기 위해선 대출 규제 완화에 따른 ‘도덕적 해이’만큼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정책 명분이 녹아든 원칙들로 풀이된다.

임대인 대출 규제 완화가 적용되는 기간에 대해 원 장관이 “길어야 1년 정도 운용할 것”이라고 못 박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한꺼번에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일시 개입하는 것이지, 앞으로 계속 완화해 준다고 하면 ‘전세 끼고 집 사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한시적 대책임을 분명히 했다.

'최악'과 '최대'를 가정하면 정책 대응의 속도는 빨라지지만, '도돌이표' 대응이라면 문제다. 역전세 이슈는 1998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대란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가격 하락기마다 부작용 확대의 불안을 키우며 반복돼 온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매매,전세가격지수 추이와 전세제도 개선 제언. [자료=KB국민은행 제공]
주택 매매,전세가격지수 추이와 전세제도 개선 제언. [자료=KB국민은행 제공]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는 전날 내놓은 '전세제도의 구조적 리스크 점검과 정책 제언' 보고서를 통해 역전세를 포함한 전세제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융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간 전세를 '서민 주거사다리'로 보고 규제보다 지원 정책이 이뤄져 왔는데, 이제는 규제도 명확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게 기본적인 시각이다.

전세가격이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하락한 점 등을 볼 때 이번 전세보증금 이슈는 내년까지 지속할 수 있으며, 향후 전세가격 급락에 따른 부작용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인 강민석 박사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임차 형태인 전세제도가 최근 과도한 갭투자로 인해 전세사기, 깡통 전세 문제 등이 발생함에 따라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히 필요해졌다"며 "단기적으로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되 장기적으로는 전세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한 시스템 개선 등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하락 시 임차인에게 손실 전가가 가능하다는 전세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고려하면 향후 주택경기 위축기마다 전세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금융시스템·보증보험 강화, 전세거래 안전성 확보, 기업형임대사업자·중개기관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주택가격 왜곡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세자금대출을 DSR에 포함하고, 매매 전세비(전세가격/매매가격)가 70% 이상인 주택의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는 등 금융시스템을 깐깐하게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해 대출을 신청할 때는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 한도를 LTV 70%까지 허용하고, 대출신청 금액이 1억5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DSR 적용도 배제해 임차인의 안정적인 퇴거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중개업소의 임대인 정보 확인, 전세가율 사전 고지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으로 전세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고,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기업형 임대사업자 등 자금력이 안정적인 임대사업자 비중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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