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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다시 3%대, 미국도 닮은꼴 반등이라는데...진정 경로는 '울퉁불퉁'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9.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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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8월 소비자물가가 3.4% 오르며 3개월 만에 3%대에 재진입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2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2.3%보다 한 달 새 1.1%포인트(p)나 뛰며 지난 4월(3.7%)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큰 오름 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타면서 석유류 하락 폭이 크게 줄어들고 기저효과까지 사라진 데다 폭염·폭우 등 기상 악화로 인해 과일값을 중심으로 농산물 물가까지 급등한 영향이 컸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 100 기준)으로 1년 전보다 3.4% 올랐다. 지난 2월(4.8%)부터 내림세를 타던 물가는 4월(3.7%), 5월(3.3%) 3%대로 둔화한 뒤 6월(2.7%)과 7월(2.3%) 2%대에 머물렀지만,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반등한 것이다.

폭염·폭우 탓에 과일값이 치솟은 영향으로 8월 소비자물가가 석 달 만에 다시 3%대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5일 서울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맛보기 사과를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폭염·폭우 탓에 과일값이 치솟은 영향으로 8월 소비자물가가 석 달 만에 다시 3%대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5일 서울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맛보기 사과를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월 대비 상승 폭은 2017년 1월(1.1%) 이후 최고치이며, 금세기 들어 7번째 1%대 상승률로 반등세가 컸다.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동월 대비 각각 3.9%, 3.0% 상승했다. 상품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은 2.7% 올랐는데, 특히 농산물이 5.4% 치솟았다. 과일값이 13.1%나 뛰며 지난해 1월(13.6%)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채소류 가격은 기저효과로 1.1% 내렸지만, 전월 대비로는 16.5%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2.6% 올랐는데, 가공식품 오름폭(6.3%)이 컸다. 농산물의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0.26%p다.

석유류는 11.0% 하락했는데, 7월까지 전체 물가 상승률 둔화를 뒷받침했던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하반기 들어 오른 국제유가가 국내 물가에 반영되면서 7월(-25.9%)보다 내림 폭이 낮아졌다. 물가 기여도도 7월 -1.5%p에서 지난달 -0.6%p로 큰 폭 축소됐다.

다만 끈적끈적한 물가의 주요 요인이었던 서비스 물가는 둔화세를 이어갔다. 서비스 물가는 3.0% 올랐는데, 이중 개인서비스는 4%대로 떨어지며 지난해 2월(4.3%) 수준과 같아졌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 물가(5.3%)는 2021년 12월(4.8%) 이후, 외식 제외 물가(3.6%)는 지난해 5월(3.5%) 이후 각각 가장 낮은 오름 폭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8월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상승, 폭염·호우에 따른 일부 농산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3%대로 상승했다”며 “지난 7월 이후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지난해 8월 석유류 가격이 하락했던 부분(기저효과)도 사라지면서 석유류 기여도가 큰 폭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폭염·호우 등 일시적 요인으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상승했으나, 기상여건 개선으로 9월 들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8월 물가 반등은 일시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준 두 근원물가 지표가 나란히 7월과 보합을 보였기 때문이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3.9% 상승, 전월(3.9%)과 같아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도 전월과 같은 3.3%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근원물가가 계절적인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작성해 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만큼 변동분만 떼내 분석하면 지난달 일시적인 요인의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곡물 제외 농산물, 도시가스, 석유류 관련 품목 57개로 집계한 농산물·석유류 물가는 전월 대비 기준으로 8.3%나 올랐다. 1997년 12월(18.9%)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 관련 품목 149개로 산출한 식료품·에너지 물가도 전월보다 3.4% 상승, 2019년 9월(3.4%) 이후 가장 높게 올랐다.

OECD 근원물가의 경우 상승률이 지난 5월 3%대로 떨어지기까지 9개월이나 걸릴 정도로 끈적끈적했지만, 석 달 동안 3%대에서 내림세를 유지한 것은 전반적인 물가 둔화 기조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도 “전반적인 물가 둔화 흐름은 유지되고 있으며 10월 이후에는 일시적 요인들이 완화되며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물가 안정 흐름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품목별 가격·수급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8월 물가 반등이 워낙 커서 물가 오름세가 다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화 추세는 크게 흔를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변동 요인과 주요국 상승률 추이 비교 [자료=한국은행 블로그 캡처]
소비자물가 상승률 변동 요인과 주요국 상승률 추이 비교 [자료=한국은행 블로그 캡처]

한은 조사국은 이날 한은 블로그를 통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반등 요인과 향후 흐름’을 분석하면서 “8월 경제전망 당시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지만, 최근 석유류 및 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 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에너지가격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지난달 물가상승률을 상당폭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창현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이러한 기저효과에 따른 물가상승률 반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유로지역, 영국 등에서도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6월 41년 만에 최고점(9.1%)을 찍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꼭 1년 만인 지난 6월 3.0%까지 낮아졌다가 7월 3.2%로 반등한 데 이어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나우캐스팅 기준으로 지난달에도 3.8%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보다 한 달 늦게 피크아웃(정점 통과)한 한국의 물가 경로를 짐작케 하는 닮은꼴 반등세로 보인다.

한은의 전망으로는 9월 물가가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지고, 4분기 중에는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물가 오름세가 수요측 물가압력 약화 등으로 개인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면서다.

여전히 울퉁불퉁한 물가 진정 경로 상에는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물가 연착륙을 예단할 수는 없다. 앞으로 국제유가와 국제식량가격 추이, 기상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한 가운데 그간 누적된 비용상승압력의 파급영향, 공공요금 및 유류세 조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한은은 “향후 물가 움직임이 평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지난 2년에 비해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되면서 기조적으로는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과정에서 물가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겠지만, 한두 달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추세적인 물가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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