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불황형' 우려에도 흑자 기조는 굳혀가는 경상수지, 유가 변수에 커지는 확대폭 부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9.08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우리나라 ‘대외 가계부’인 경상수지가 1년 만에 3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하반기 첫달에 올해 처음으로 1년 전 수준을 넘어서는 월간 흑자를 기록하며 수지 개선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수출보다 수입 감소가 큰 데 따른 ‘불황형 흑자’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경기 둔화에서 회복되는 것이지 불황에 빠진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외건전성 핵심지표가 우리 경제 회복을 확고하게 뒷받침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경기 둔화의 그림자를 몰고온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꿈틀대면서 앞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화물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출입화물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7월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하반기 첫달 경상수지는 35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각각 42억8000만달러, 29억2000만달러 흑자를 내고 서비스수지가 적자 폭(-25억3000만달러)를 줄인 덕에 경상수지는 올해 처음 전년 동월(17억달러 흑자) 수준을 상회할 수 있었다. 4월(-7억9000만달러) 적자 이후 5월(19억3000만달러), 6월(58억7000만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경상수지 플러스 흐름이 이어졌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11개월째 내리막을 탄 수출(-13.8%)보다 5개월 연속 뒷걸음질 친 수입(-22.7%)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불황형 흑자’ 논란도 석 달째 되풀이됐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상품수지에 한정해서 말하는 것 같다. 일단 7월에는 통관수출을 보면 수출 증가율 회복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8, 9월에는 감소세가 많이 줄어들 것 같고 4분기가 되면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불황형 흑자 얘기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에 경제가 좋다고 당연히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가 회복되는 상황이지 지금 불황에 빠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상반기에 부진했지만 하반기에는 반등하는 ‘상저하고’의 경기 회복 전망도 견지했다. 하반기 들어 개선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진단하면서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경상수지의 전월 대비 증감 누적액이 -59억1000만달러였는데, 지난 2월부터 개선되면서 7월까지 누적액은 +77억9000만달러다. 지난 1년 동안 누적치는 +18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올 1월 역대 최대 적자(-42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개선 흐름을 탄 경상수지가 하반기 출발 시점에 전년 동월 수준까지 뛰어넘은 만큼 흑자 기조가 지속되는 게 분명해졌다고 본 것이다. 이 부장은 “여러 경제전망기관에서 경상수지의 ‘상저하고' 모습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경상수지와 상품수출입 증감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경상수지와 상품수출입 증감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문제는 상품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는 국제유가가 최근 재상승하는 변수가 부각되면서 경상수지 개선에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 석유 수출 1,2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공조’ 영향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0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65억7000만달러)과 견줘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경상수지 눈높이를 석 달 전 전망치보다 30억달러 많은 270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지난 5월 예상했던 상반기 상품수지 적자 폭이 -63억달러에서 실제 -35억달러로 개선됨에 따라 경상수지 연간 예상치를 지난 2월 전망(260억달러) 수준으로 상향 재조정한 것이다.

8월부터 남은 5개월 간 월평균 42억달러 흑자를 거둬야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104.9달러의 역대급 고유가가 이어졌던 지난해 상반기의 경상수지 월평균 흑자 폭(41억달러)을 웃돌아야 하는 것이다. 당시엔 거의 매월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데 힘입어 상품수지가 경상수지를 탄탄하게 떠받쳤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수출 부진이 시작되면서 상품수지가 악화됐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3.4달러로 다소 낮아졌던 지난해 하반기 경상수지는 월평균 8억2000만달러로 급감했다. 배럴당 79.9달러로 더 떨어졌던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평균치는 4억달러에 그쳤는데, 연말까지 이보다 10배 수준으로 수지 개선 폭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전날까지 하반기 국제유가는 지난달 한은의 경제전망에서 전제로 한 원유값 전망치(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4달러)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부장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원유 관련 수입액이 증가하고, 그러면 경상수지 특히 상품수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분명하다”며 “9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고 하면 분명히 상품수지를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