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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점' 소비자물가 정점론의 시그널과 변수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8.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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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23년 8개월 만에 최고조로 치솟은 소비자물가가 또 고점을 경신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 6월 6.0% 상승에 이어 7월에도 6.3%가 올라 두 달째 6%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0, 11월 이후 두 달 연속 고점을 뚫었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7.9% 상승, 역시 24년 가까이 거슬러올라 최고치를 찍었다.

재정·통화당국 수장들은 고물가가 2~3개월 후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크아웃(정점 통과)을 예단하기엔 대내외적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고물가 기조의 둔화 시그널이 조금씩 감지되기도 하지만 물가잡기에 기회를 놓쳐 더 큰 비용을 치르지 않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해 보이는 만큼 한국은행의 긴축 행보 속도와 폭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

통계청이 2일 내놓은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년 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 올랐다. 상승폭은 6월(6.0%)보다 0.3%포인트(p) 높아졌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환율 급등으로 천정부지의 물가가 이어지던 외환위기 때 이후 두 달 연속 고점을 경신한 것이다. 1998년 10월(7.2%),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이다.

2020년 7월 12일(위), 2021년 8월 1일(가운데), 2일 서울 주유소 석유류 가격 안내판. 1년 전보다 6.3%가 오른 7월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 가운데 경유(47.0%), 휘발유(25.5%), 등유(80.0%), 자동차용LPG(21.4%)가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7월 12일(위), 2021년 8월 1일(가운데), 2일 서울 주유소 석유류 가격 안내판. 1년 전보다 6.3%가 오른 7월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 가운데 경유(47.0%), 휘발유(25.5%), 등유(80.0%), 자동차용LPG(21.4%)가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도 높은 144개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7.9% 올라 역시 1998년 11월(1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7.4%)에 이어 두 달째 7%대 상승폭인데, 이 역시 1998년 이후 연속 최대 오름폭이다.

두 물가지수의 두 달 연속 고점 경신을 놓고볼 때 현재의 고물가 기조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넘어 외환위기 시절로 거슬러올라가면서 고착화 우려를 낳는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보면 이들 물가지수의 2개월 이상 연속 고공행진은 1990년 이후 이번이 각각 5번째다.

소비자물가는 1990년 1월부터 장장 31개월 동안 최저 6.6%, 최대 10.1%의 상승률로 고물가 시대를 본격화한 데 이어 1994년 1~3월(6.3%, 6.8%. 6.4%)과 7~9월(6.9%, 7.4.%, 6.5%) 3개월씩 앙등기를 거쳐 1997년 12월부터 1998년 11월까지 1년 동안 6.6~9.5%의 상승폭으로 소비자들에게 칼바람을 안겼다.

1995년부터 지수가 집계된 생활물가의 경우 9.7%부터 14.1%까지 최고의 진폭을 보였던 1997년 12월~1998년 11월에 이어 이번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연속 고점 돌파다. 1996년 7~8월(7.3%, 7.1%)과 11~12월(7.4%, 7.0%),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7월(7.0%, 7.1%)보다 높은 수준이다.

7월의 고물가는 전방위로 상승폭이 커지면서 환란 시절 수준으로 높아졌다. 석유류와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선식품지수를 지난해 4월(14.1%) 이후 가장 높은 13.0% 상승률로 끌어올릴 정도로 농·축·수산물의 오름폭이 커지고 공공요금 가격마저 크게 뛰면서 7월 전체 물가가 치솟았다.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두 품목의 기여도는 각각 3.11%p, 1.85%p로 집계돼 7월 물가 상승률 중 78.7%(4.96%p)를 도맡은 것이다.

공업제품은 석유류가 35.1% 오르면서 8.9%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개인서비스는 6.0%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외식은 8.4%, 외식외 개인서비스는 4.3% 올랐다.

지난 3월 0.4%까지 내려간 농·축·수산물은 상승폭을 다시 키워 지난해 12월(7.8%) 이후 최고치인 7.1%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농산물 물가는 8.5% 올랐는데 채소류 가격이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25.9%)으로 급등한 영향이 컸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5%로 2009년 3월과 같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도 15.7% 올라 6월(9.6%)보다 상승폭이 커졌는데,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최고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9% 올라 2009년 2월(4.0%)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이렇게 각종 물가지수에서 종전 기록을 들춰보게 되는 기록행진이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복합위기’를 키우는 고물가가 언제 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물가 정점론에 단서가 될 수 있는 시그널이 감지되는 것은 피크아웃을 앞당길 만한 요인이 될 만하다. 물가 상승률 둔화와 외생변수 약화 조짐이 그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기준이 되는 전년 동월 대비로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 이후 올해 3월(4.1%), 4월(4.8%) 4%대에 올라서더니 5월에만 5%대(5.4%)에 머물고는 6월(6.0%), 7월(6.3%) 6%대로 올라서 있다. 하지만 4%대에 들어설 때부터 넉 달 동안 전월보다 커진 상승폭이 평균 0.58%p 수준인데, 7월엔 0.3%p로 줄어들었다.

전월 대비 상승률에서도 기울기가 둔화되는 추세다. 올해 1,2월 0.6%씩, 3,4,5월엔 0.7%씩으로 점점 높아지다가 6월 0.6%로 낮아지더니 7월엔 0.5%까지 둔화된 것이다.

공급망 교란이 유발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과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등으로 상반기에 급등했던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최근 안정세를 찾은 것도 대외변수의 약화 요인이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수요 감소로 국제 유가 등 외생변수의 변동폭이 다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의 경우 지난 6월 중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다가 최근 100달러 안팎으로 내려오면서 우리 수입물가에 주는 영향도 그만큼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7월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가 차지한 물가 기여도는 1.59%p로 6월(1.74%p)보다 낮아졌다. 또한 러시아가 전시의 항구 통제를 풀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재개되는 등 국제 곡물·원자재 가격도 안정화되는 추세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소비자물가 분석을 통해 "그간 물가상승을 주도해온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하고 유류세 인하 등이 더해지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지난달 31일 기준 1800대로 진입하는 등 석유류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된 모습"이라며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특히 국제 유가는 물가 정점론의 핵심 변수가 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간담회에서 "현재의 유가 흐름과 여러 상황을 보면 9월 말 또는 늦어도 10월 정도가 물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가 재반등, 폭등하거나 곡물, 공급망 수급의 애로가 현재 상태보다 더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그간 사실상 통제불능의 대외적인 여건의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는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유가 등 해외 요인에 변화가 없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 (상승세가) 2∼3개월 지속된 뒤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기조가 유지될 경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음달부터 올해 세 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다시 베이비스텝(0.25%p 인상)으로 조절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다만 그는 ”물가가 예상했던 기조에서 벗어나면, 금리 인상의 폭과 크기를 그때 가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 (7월에 이어) 빅스텝(0.5%p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정점 통과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고물가의 싹을 확실히 자르기 위한 긴축 행보의 폭은 결국 국제 유가 변수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예상한 기조대로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할 수 있을지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마도 유가 수준이 될 것 같다"며 "10월 이후에 유가가 크게 오른다면 예상 밖으로 물가가 더 올라가고, 정책 기조도 바뀔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의 기울기가 다소 주춤해진 것도, 국제 유가가 안정화된 것도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치인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한은의 긴축은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성장 위기의 한국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제한될 수 있다.

추 부총리가 "국민의 삶이 정말 팍팍한 상황인데 2∼3개월 동안 조금만 참으시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메시지를 발신한 것처럼 물가 정점론은 '인고의 시간'을 더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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