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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첫 단추' 안전진단, 주거환경 중심으로 복원...시장 활력·시너지 불러올까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12.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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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배관설비 등의 누수·고장으로 주거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주차장 부족 등에 따른 주민 불편과 갈등은 커지며, 배수·전기·소방시설 취약으로 안전사고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점점 노후화되는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호소하는 문제들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의 허들이 워낙 높아 노후 단지의 주거환경은 그만큼 악화하고 있다

재건축의 첫 단추로 2003년 도입돼 2015년 ‘주거환경 중심 평가’에 방점을 찍어 안전진단이 업그레이드됐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안전성 점수가 절반이나 차지하다 보니 국민 주거환경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취지는 퇴색된 지 오래다.

구조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없더라도 생활환경이 나쁜 경우 재건축의 문을 넓히겠다는 안전진단 기준 완화는 30년 이상 노후 단지 주민들의 숙원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선책에 이어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3대 대못’으로 불리던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았다. 마지막 남은 빗장을 풀면서 소득수준 향상, 주택기술 변화 등으로 높아진 국민의 주거환경에 대한 기대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재건축 활성화에 도움을 줄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는 8일 이같이 구조안전성보다는 주거환경 개선 관점을 복원해 마련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4개 안전진단 평가항목 배점 비중을 개선하는 것에 최우선 초점을 맞췄다. 현재 안전진단 통과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는 대신 15%인 주거환경과 25%인 설비노후도 점수를 모두 30%까지 올렸다. 비용편익은 10%로 유지된다.

구조안전성은 골조 노후도를 중심으로 평가되는데, 주차대수·생활환경·일조환경·층간소음·에너지효율성을 따지는 주거환경 점수, 기계설비(난방·급수·배수 등), 전기소방설비 등을 보는 설비노후도 점수와 모두 같아지게 되는 것이다.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종전 20%에서 50%로 대폭 상향한 이후 처음으로 기준이 손질됐는데, 2015년 조정 때의 취지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주거환경 비중을 40%까지 높인 것에는 10%포인트 못 미치지만, 대신 큰 걸림돌인 구조안전성 비중을 크게 낮춘 것으로 절충한 셈이다.

국토부는 “여전히 구조안전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안전진단 결과에 대해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진단 기준을 재건축 규제수단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결과 안전진단 통과 건수가 급감해 도심 내 양질의 주택공급 기반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단치단체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주거환경 중심 안전진단이 도입됐던 2015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전국에서 139곳(연간 49건)이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구조안전성을 2006년 조정 때 수준으로 되돌려 강화한 2018년 3월부터 이달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은 전국 21건(연간 5건)에 머물렀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안전진단 터널을 통과한 곳은 59건에서 7건으로 급감했는데, 연간 기준으로는 10분의 1 수준(21건⟶2건)으로 떨어진 것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핵심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핵심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한 '조건부 재건축'의 범위는 줄어들고, '재건축' 허용 대상은 넓어진다.

4개 평가 항목별로 점수비중을 적용해 합산한 총 점수에 따라 '재건축'(30점 이하), '조건부 재건축'(30점~555점 이하), '유지보수'(55점 초과)로 판정하고 있는데 이번에 점수를 조정했다. 현재는 민간이 진행하는 1차 안전진단에서 대부분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나온 뒤, 2차 안전진단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에서 최종 재건축 불허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아 재건축 시장은 침체기에 빠져든 상태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조건부 재건축 판정 점수는 45∼55점으로 범위를 축소하고, 재건축 판정 기준점수를 완화해 45점 이하는 즉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조정한다.

정부는 이렇듯 평가 항목 배점 비중을 조정하고 조건부 재건축 범위를 축소하면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현행 기준으로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 절차가 완료된 46개 단지의 경우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곳은 전무했다. 54.3%(25곳)가 유지보수 판정으로 재건축이 불발됐고, 45.7%(21곳)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이번에 개선되는 기준이 적용될 경우 46개 단지 가운데 26.1%(12곳)는 재건축 판정, 50%(23곳)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각각 받게 되는 등 전체의 76% 이상(35곳)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도 원칙적으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지자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가 시행되도록 했다. 지자체장이 적정성 검토를 요청하더라도 1차 안전진단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미흡하다고 판단한 사항에 대해서만 검토하게 된다. 또한 조건부 재건축 판정 단지의 시기조정 방안도 구체화해 지자체장이 지역 내 주택수급 상황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평가항목 배점 비중, 조건부 재건축 범위, 적정성 검토 등이 이번 합리화 방안의 핵심인 만큼 이번 개정규정은 현재 안전진단을 수행 중인 단지에도 모두 적용해 제도 개선 취지가 폭넓게 인정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해 적정성 검토를 진행 중인 단지도 포함된다.

이번 개선안은 이달 행정예고를 거쳐 새해 1월 중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개선방안은 그간 과도하게 강화된 기준으로 인해 재건축의 첫 관문도 통과가 어려웠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진단 기준을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도심 주택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국민의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데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건축의 첫 단추를 잘 낄 수 있도록 안전진단의 문턱을 낮춰 시장·주거환경 친화적인 개선안을 내놓은 것은 최근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주택가격 하락 기울기가 역대급으로 가팔라지고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까지 확산함에 따라 발표와 시행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빙하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1980년대 후반에 지어진 재건축 추진 단지들을 중심으로 더는 늦지 않게 사업에 활기를 불러넣을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노후 아파트 단지수 현황. 국토부에 따르면 지은지 30년 이상 지나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200가구 이상) 중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는 전국적으로 1120개 단지, 151만가구에 이른다. 서울 단지수로는 노원구가 79곳으로 가장 많고, 강남구 46곳, 송파구 23곳, 도봉구 34곳, 양천구·강서구 각 22곳, 영등포구 20곳 등이다.[그래픽=연합뉴스]
서울 노후 아파트 단지수 현황. 국토부에 따르면 지은지 30년 이상 지나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200가구 이상) 중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는 전국적으로 1120개 단지, 151만가구에 이른다. 서울 단지수로는 노원구가 79곳으로 가장 많고, 강남구 46곳, 송파구 23곳, 도봉구 34곳, 양천구·강서구 각 22곳, 영등포구 20곳 등이다.[그래픽=연합뉴스]

특히 경기도 1기 신도시와 고층화의 길도 넓히기 시작한 서울 지역에서 재건축 시장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1기 신도시 주택 소유자의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1기 신도시 주택 소유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 재정비 방식은 아파트 단지 전체를 신축하는 형태의 재건축인 것으로 나타났다. 1기 신도시 주택 소유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 재정비 방식으로 재건축(46.2%)이 가장 많았고, 리모델링(35.9%)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기준으로 1기 신도시에서 건축 연한이 30년을 넘는 아파트는 전체 36만호 중 6만호로 16.7%에 이른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이번 개선방안의 효과를 연구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제도개선 방안까지 마련해 내년 2월 발의 예정인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담을 계획이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기본틀 아래 올해 내놓은 '35층 룰' 폐지와 맞물려 서울 도심 주택 공급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35층 룰'은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하던 2014년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무분별한 돌출 경관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도입돼 그간 서울서는 35층 이상 아파트를 지을 수 없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3월 '2040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창의적인 스카이라인을 도입한다는 목적에서 35층 규제 폐지 방침을 밝힌 뒤 최근 50층을 넘는 아파트 재건축 계획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2040 기본계획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는 일반주거지역에도 35층을 넘어서는 초고층 아파트 건립이 가능해지게 되는 만큼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허들 완화 방안과 얼마나 시너지를 낼지 주목도가 높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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