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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투어] ③고생 끝에 낙! 울산에서 찾은 ‘뷰 맛집’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8.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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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마다 걷기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요즘 걷기 여행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충 둘러보고 돌아서는 관광은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모든 감각을 통해 직접 수집된 오감만이 유일하게 진정한 관광으로 여행자를 인도합니다. 길 위에서 게으르게 움직이며 풍경과 세상사를 느껴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사유하고 재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자의 수요도 점차 늘어나는 중입니다. 천천히 구석구석 걷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여행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해파랑길’은 우리나라 동서남북을 잇는 코리아 둘레길의 동해안 구간으로, 부산광역시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50km의 장거리 걷기 여행길이다. 해파랑이라는 명칭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로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4월 ‘2021 걷기 여행 실태조사’를 발표했는데 해파랑길이 지난해 걷기 여행자가 선택한 국내 걷기 여행길 중 2위로 꼽혔다. 만족도 면에선 97.3%의 이용자가 여행에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방학, 휴가, 연휴 등을 맞아 해파랑길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몰려들 정도로 그 인기는 엄청나다. 참고로 1위는 ‘제주올레’다.

해파랑길 울산 구간 [사진=두루누비 홈페이지 캡처]
해파랑길 울산 구간 [사진=두루누비 홈페이지 캡처]

■ 6코스 : 긴 산행을 끝내야 보이는 것들 (구 덕하역~태화강 전망대 15.7km)

‘조금 어려움’이라고 적힌 코스 설명을 보고도 안일하게 생각한 게 첫 번째 실수였다. 코스 총 길이는 15.7km. 완주까지 4~5시간이면 충분하겠다고 판단한 뒤 6코스의 첫 발을 디뎠다. 

시작점인 구 덕하역은 여전히 고즈넉하다. 아침 햇살을 머금은 듯 역사가 반짝이고, 덕하 시장 끄트머리 상점들은 서서히 장사 준비를 위해 기지개를 켠다. 이후 동해선을 따라 길게 난 도로는 평탄하고 잘 정돈돼 있어 콧노래를 부르면서 갈 정도다. 산업로 옆 조성된 근린공원을 관통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난도 조정이 필요한 코스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코스 초입까지만 해도 우습다고 생각했다. [사진=김준철 기자]
코스 초입까지만 해도 우습다고 생각했다. [사진=김준철 기자]

하지만 이런 생각은 눈 앞에 나타난 함월산을 오르고 나서 산산조각 났다. 함월산은 해발 138m로 높지 않은 산으로 입구부터 완만한 경사로 오르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간이 많고 둘러가는 길이라 하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정상으로 추정되는 산림 감시 초소 근처는 가파른 경사라 숨을 몰아쉬며 오른다. 그러나 초소에서 내려다보는 온산읍 방향의 전망은 함월산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짧은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면 선암호수 공원이 펼쳐져 있다. 선암댐을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으로, 댐과 저수지 주변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적극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산책로가 잘 마련돼 있고, 생태학습장이나 광장 등 즐길 거리와 편의 시설 또한 많아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찾곤 한다. 아이들은 저수지 다리 아래 잉어와 거북을 보고 신기해하는가 하면, 오랜만의 외출인 듯 산책로를 따라 뛰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부모들은 까불거리는 아이들을 제지한다. 다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잠깐의 기분 좋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탁 트인 저수지를 보며 땀을 식히고 가기 좋은 장소다.

선암 호수공원 [사진=김준철 기자]
선암 호수공원 [사진=김준철 기자]

평지는 잠깐이다. 선암호수 공원을 빠져나오니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이제부턴 솔마루길을 따라 진행된다. 솔마루길은 소나무가 울창한 산등성이를 연결하는 등산로로, 선암호수 공원에서 시작해 태화강 국가 정원까지 연결되는 총 24km의 도심 순환 산책로다. 산 중턱 구름다리를 지나 수많은 계단을 오르니 그제야 울산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신선정 전망대가 나온다. 한 눈에 들어오는 빽빽한 아파트 숲이 인상적이라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없다.

신선산을 내려오면 오랜만에 시내길을 볼 수 있다. 얼핏 봤던 6코스 후기 중 ‘울산 시내를 관통하는 코스인데도 차도를 보기 힘들다’는 코멘트가 충분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제 절반쯤 왔다는 생각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 게 두 번째 실수였다. 도착지까지 더 이상의 음식점과 편의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중에 힘들 때 사먹으면 되지’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6코스 후반부다.

신선산에서 바라본 울산 시내 [사진=김준철 기자]
신선산에서 바라본 울산 시내 [사진=김준철 기자]

물 한 방울 없이 솔마루길 2코스에 몸을 맡긴다. 후반부 코스는 솔마루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좌우를 둘러봐도 소나무와 끝없는 산길뿐이다. 하지만 소나무의 굽은 가지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풍경이 아름답다.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편집되고 은은한 솔 냄새 또한 등산의 운치를 더한다. 또 그 풍경에 자연과 인간이 섞여 한데 어울리는 느낌까지 든다.

그렇게 소나무가 주는 상쾌함을 느끼며 걸어가니 울산대공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울산은 1960년대 이후 국가 경제 발전 중추로서 급속한 성장을 했으나, 도시 환경의 질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 속 청정제 역할을 할 공원이 절실히 요구됐고, 1986년부터 대공원 조성을 추진해 오던 시와 기업 이윤의 지역 사회 환원을 기획하던 SK가 1995년 상호 협의를 통해 울산대공원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울산대공원은 울산 시민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거니와, 도시의 균형적 성장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실제 문화와 휴식의 공간으로 교육·문화·엔터테인먼트에 관한 주기적인 행사를 기획하는 플래카드나 배너 등이 붙어 있고, 방문객들이 부담 없이 휴식할 수 있도록 놀이 및 운동 공간을 접할 여건을 잘 조성해 놨다.  

고래 전망대에서 본 태화강 [사진=김준철 기자]
고래 전망대에서 본 태화강 [사진=김준철 기자]

울산대공원을 빠져나와도 여전히 산길이 계속된다. 해파랑길 걷기 여행을 하면 항상 코스 막바지엔 대중교통을 이용해 끝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다. 그러나 6코스는 이런 생각조차 원천 차단한다. 되돌아갈 방도도 없기 때문에 포기도 못 한다. 계속된 산행에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배다 못해 속옷이 흠뻑 젖어 축축하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자 전망대가 나타났다. 발아래 태화강이 놓인 것만 보고 종착지인 태화강 전망대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망대는 경유지인 고래 전망대다. 힘이 배로 빠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 트인 경치는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줄 정도였으니 태화강 전망대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기대를 갖고 마지막 스퍼트를 내볼만하다. 늦은 오후가 돼서야 태화강 전망대에 도착했다. 태화강 일대의 시가지 및 십리대숲 등이 빼꼼 얼굴을 내민다. 긴 시간 물 한 잔 제대로 먹지 못했을 정도로 굶주림과 더위에 고전했지만, 태화강 경치 하나만으로도 여행객 배를 든든히 불리기에 족하다.  

늦가을 해 질 녘 태화강 [사진=김준철 기자]
늦가을 해 질 녘 태화강 [사진=김준철 기자]

■ 7코스 : 십리대밭길의 위엄, 도심 친수 공간 태화강 (태화강 전망대~염포산 입구 17.3km)

7코스도 6코스 못잖은 ‘뷰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어디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한 폭의 그림이 나올 정도다. 기자도 지난해 늦가을 태화강 매력에 흠뻑 빠졌다. 강을 따라난 억새 군락지가 있어 쓸쓸한 분위기를 내고, 해 질 녘 방문하면 고층 건물과 태화루 등이 태화강 안에 담겨 또 하나의 멋을 낸다. 봄철엔 벚꽃이 흐드러지고, 여름엔 백일홍과 부용화가 핀다고 하니 팔색조의 매력을 뽐내는 강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번 코스 난도는 평이하다. 이전 코스보다 약 2km를 더 걸어야 하지만 산길이 없어 꾸준하게 평지를 걸을 수 있다. 또 태화강 둔치길 곳곳에 식수대가 있으며, 도심 구간 곳곳에 편의점 및 식당이 위치해 목마름, 굶주림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행이다. 

이번 코스는 대부분 태화강을 옆에 끼고 걷는다. 태화강 수변 공원 입구엔 식사를 하고 가벼운 산책을 즐기거나, 돗자리를 펴고 티타임을 즐기는 현지인으로 가득하다. 그만큼 공원이 잘 조성된 덕분인지 아침 일찍부터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풋살장과 농구장엔 젊은이들이 땀을 흘리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고, 운동 기구 주변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세상사를 나눈다. 과연 전국 최대 규모의 도심 친수 공간이라 할만하다.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 [사진=김준철 기자]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 [사진=김준철 기자]

멀리서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뽐내는 십리대밭 안으로 들어서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십리대밭은 태화강에 위치한 대나무 숲이다. 국내에 있는 강변의 대나무 숲 중에서 조선 시대부터 내려오는 숲 중 유일하게 남아있다고 알려졌다. 이름대로 10리(4km) 정도 이어진 숲인데, 울산 12경에 속한다. 

하늘과 맞닿을 것만 같은 긴 대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푸른 대나무 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이 따뜻함을 더하고, 특유의 대나무 냄새가 코를 은은하게 찌르니 별천지 세상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

대밭 산책로를 걷다 보면 죽림욕장이 나온다. 둥글고 넓은 평상이 비치돼 누운 채로 죽림욕을 즐길 수 있다. 많은 여행객이 잠시나마 신발을 벗고 죽림욕을 하며 일상의 피곤을 모두 벗어 던지는 표정을 짓는다. 또 십리대밭 산책 중엔 어디선가 둔탁하지만 신기한 멜로디가 들려오기도 한다. 바로 대나무를 다른 길이로 잘라 악기를 만든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이를 치면서 노는 것을 보니 절로 힐링이 된다.

2019년 울산시는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크게 확장해 시를 대표하는 생태 관광 자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백리대숲 조성 사업에서 기존 대숲의 밀도를 높이고 대숲 단절구간에 대나무를 더 심어 대숲의 연속성을 확보한다. 단순히 대나무로 이어진 산책로가 아니라 시민이 만들어가고 즐기는 문화 공간 이미지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십리대숲을 빠져나오는 길에 있는 십리대밭교 아래에서 웅장한 백리대숲 모습을 상상해본다.

십리대밭교 [사진=김준철 기자]
십리대밭교 [사진=김준철 기자]

십리대밭이 주는 장엄함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해 아쉬운 찰나, 태화루가 등장한다.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함께 영남 3대 누각으로 알려진 태화루는 신라 선덕여왕 시대 자장율사가 태화사를 지을 때 함께 건축됐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현재는 태화루만 복원돼 남아있으며, 2011년 9월 공사에 착수해 2014년 3월 완공됐다. 시작점에서 봤을 땐 크기가 작아 애처롭게 남아있는 누각이라고 생각할만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알록달록한 단청과 반듯한 기둥이 주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울산교와 가까운 번영교 아래를 지나니 주위에 보이던 빌딩 숲은 점차 사라지고, 태화강 강폭이 조금씩 넓어진다. 이어 학성교까지 지나면 한가한 느낌을 주는 평화로운 태화강이 여행객을 마주한다. 인적도 드물어 불규칙하게 지저귀는 새소리를 배경음 삼고, 명촌철교 위로 지나가는 견인 무궁화호나 자동차를 가득 실은 화물 열차를 구경하며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태화강 하류와 울산대교 [사진=김준철 기자]
태화강 하류와 울산대교 [사진=김준철 기자]

태화강 하류를 빠져나오면 왕복 6차선의 큰 도로인 아산로가 길게 뻗어있다. ‘아산(牙山)’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의 호다. 울산 및 국가 산업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정주영 명예 회장 업적을 기리기 위해 아산로라고 불리고 있다.

아산로를 30분쯤 걸으면 울산항 옆 높은 철창이 솟아있는 걸 볼 수 있다. 그곳엔 선적을 기다리는 차들이 오와 열을 맞춰 빼곡히 주차돼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차량 반도체 및 부품 수급난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이처럼 많은 자동차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니 이 역시 현대자동차의 위엄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다 높이 떠 있는 듯한 울산대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다. 길이는 1.8km, 주탑과 주탑 사이 거리는 1.15km로 국내 2위 크기며, 단경간 현수교다. ‘단경간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 사이 거리인 경간이 하나로 연결된 현수교를 의미한다. 워낙 높아 울산항으로 들어오는 대형 선박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1코스에서 본 광안대교와 모습이 닮았다고 생각하며 걸으니 종착지인 염포산 입구에 도달한다. 17.3km를 걸으며 찍은 멋진 사진들을 골라내며 이번 코스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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