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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투어] ⑰여름휴가지 양양? 사시사철 핫하다!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2.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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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마다 걷기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요즘 걷기 여행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충 둘러보고 돌아서는 관광은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모든 감각을 통해 직접 수집된 오감만이 유일하게 진정한 관광으로 여행자를 인도합니다. 길 위에서 게으르게 움직이며 풍경과 세상사를 느껴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사유하고 재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자의 수요도 점차 늘어나는 중입니다. 천천히 구석구석 걷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여행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해파랑길’은 우리나라 동서남북을 잇는 코리아 둘레길의 동해안 구간으로, 부산광역시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50km의 장거리 걷기 여행길이다. 해파랑이라는 명칭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로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4월 ‘2021 걷기 여행 실태조사’를 발표했는데 해파랑길이 2021년 걷기 여행자가 선택한 국내 걷기 여행길 중 2위로 꼽혔다. 만족도 면에선 97.3%의 이용자가 여행에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방학, 휴가, 연휴 등을 맞아 해파랑길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몰려들 정도로 그 인기는 엄청나다. 참고로 1위는 ‘제주올레’다.

해파랑길 양양·속초 구간 [사진=두루누비 홈페이지 캡처]
해파랑길 양양·속초 구간 [사진=두루누비 홈페이지 캡처]

■ 41코스 : 10월 27일 가을에도 핫한 양양 해변과 휴휴암(주문진 해변~죽도정 12.4km)

지난 코스에서 밟은 주문진 해수욕장은 폭우 탓인지 어두침침한 분위기였으나 맑게 갠 해변 풍경은 또 다르다. 멀리 수평선이 또렷이 보이고 파도가 찰랑찰랑 쳐 코스 시작 전 여행객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해수욕장에서 조금 올라가면 작은 버스 정류소가 나온다. 아침 이른 시간이지만 인파가 몰려 줄을 서있다. 보통 정류소가 아니라 생각하고 가까이 가니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YOU NEVER WALK ALONE’ 앨범 재킷 촬영 장소다. 이 때문인지 외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룬다. 영어와 에스파냐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가 다채롭게 들리는 걸 보니 세계 각국에서 모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보잘것없는 정류소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광객을 몰고 오는 건 BTS가 주는 힘이 강력하다는 걸 증명한다.

주문진과 향호 해변을 지나 향호3교 아래로 내려가면 향호에서 나오는 물길을 따라 둘레길 걷기를 시작한다. 향호 이름은 고려 충선왕 때 하천의 계류와 동해안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향나무를 묻는 매향(埋香) 풍습에서 유래됐다. 동해 사면에서 흘러 들어가는 강물과 동해 바닷물이 혼합돼 가물치, 붕어, 숭어, 잉어, 장어 등이 서식한다고 한다. 면적이 8.0㎢로 한 바퀴 도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향호 주변을 둘러싼 산의 단풍과 미풍에 흔들리는 갈대가 운치를 더하고 어디서 봐도 작품인 호수 풍경이 눈에 들어오니 지루함을 덜 수 있다. 예로부터 작가들은 갈대를 소재로 한 작품과 시를 많이 써왔다. 울적한 심정을 나타내는 작품이 유독 많은데 향호 물가에 자란 갈대를 계속 보고 걸으니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향호를 한 바퀴 돌아 나와 길을 걸으니 양양군 표지판이 보인다. ‘산 좋고 물 좋은 양양이라네!’라는 표지석 문구를 보며 양양 여행에 대한 기대를 갖는다.

향호 [사진=김준철 기자]
향호 [사진=김준철 기자]

지경리 해수욕장과 원포리 해변을 연달아 지나가지만 초대형 복합 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이라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 가림막이 시야를 막아 땅만 보고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시야가 다시 뚫린 곳은 남애항이다. 남애항은 삼척 초곡항, 강릉 심곡항과 함께 강원도 3대 미항으로 꼽힌다. 한가로운 분위기로 방파제 너머 깊고 푸른 동해를 보니 3대 미항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치다. 또 동해시 추암 해변, 양양 낙산 해변 등과 함께 동해안 일출 명소로도 이름 나 있다. 실제 남애3리 앞바다에 있는 바위섬에 다리를 놓아 일출 명소를 만들어 놨는데, 개장 시간이 아닌지 입구가 막혀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백사장 길이만 2km가 되는 남애 해수욕장과 갯마을 해수욕장이 연결돼 있다. 길 중간중간 잘 정돈된 벤치와 그네가 여행객의 포토 스폿 역할을 한다.

남애 해변을 지나면 7번 국도로 나와 갯마을길을 따라 걷는다. 광진리에 도착한 길은 잠시 산길을 통해 휴휴암을 지난다. 휴휴암은 ‘쉬고 또 쉰다’는 뜻을 가진 여유로운 곳이다. 짙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자리한 고풍스러운 사찰이다. 휴휴암에 의미를 되새기며 번뇌를 내려놓고 휴식을 청한다. 지난 2코스 해동용궁사 해수관음대불에 ‘해파랑길 완주’라는 소원을 빌었는데, 아직까지 그 소원을 잘 들어주고 있는 듯하다.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커다란 지혜관세음보살 앞에서 동일한 소원을 빌고 바다 쪽으로 슬렁슬렁 다가간다. 휴휴암 광어 바위 주변으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황어 떼가 몰려든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는 아니었으나 등이 검은 황어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다. 더불어 휴휴암으로 날아드는 갈매기는 물고기를 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갈매기들이 살생을 금하는 불교 교리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신통할 따름이다.

휴휴암 불상 [사진=김준철 기자]
휴휴암 불상 [사진=김준철 기자]

산길을 내려오면 양양군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인구 해변이 나온다. 이미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세대)들이 몰리는 곳이다. 양양은 지난해 기준 인구 수(2만6566명)로 보면 강원도 18개 시·군 가운데 16번째로 꼽히는 작은 고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낮에는 서핑을 배우고 해질녘 파티를 즐긴 뒤, 밤이면 게스트하우스와 클럽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인구 해변 여행이 청년층에게 큰 인기를 끌자 연간 55만명이 방문하며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 황량했던 해변이 서핑 전용 해변이라는 프라이빗 비치로 바뀌니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셈이다. 한철 장사에 집중한 탓인지 가을철 거리 풍경은 다소 조용했지만, 해수욕장으로 나가니 여전히 젊은이들이 깔깔거리며 바다를 즐기고 있고 서핑에 몰두한 여행객도 몇몇 보인다. 인구 해변에서 활기를 충전하고 코스 목적지까지 다시 힘을 낸다.

죽도 해수욕장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죽도산을 둘러 가야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거친 숨을 헐떡이지만 잠시 뒤돌아보면 뷰는 여전히 평화롭다. 고도를 높일수록 경치는 점점 더 좋아진다. 정상으로 가는 계단을 타다 보면 양양 8경 중 6경이라는 죽도정을 만날 수 있다. 급하게 산을 올라 바다를 보며 숨을 돌린다. 데크로 된 산책로를 따라 많은 기암괴석이 늘어져 있다. 신선바위는 옛날 신선들이 놀던 바위로 평평한 큰 돌 위에 중형 크기 돌들이 엎어져 있는 모습이다. 이어 나타난 부채 바위는 바위에 홈이 파진 것이 꼭 부채를 닮았고, 옛날 선녀들이 즐기며 놀던 거대한 유적의 형태가 암석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역시 관광지 바위는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 생각하고 데크길을 내려오니 죽도 캠핑장이 나오고 코스가 마무리된다.

죽도 해수욕장 [사진=김준철 기자]
죽도 해수욕장 [사진=김준철 기자]

■ 42코스 : 10월 27일 서핑과 역사 여행을 모두 잡다(죽도정~하조대 해변 9.7km)

42코스는 9.7km로 짧아 하루에 두 코스를 밟기에도 충분하다. 죽도 해수욕장에 도착한 여행객은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길 곳곳에 서핑 슈트를 입은 젊은이들로 생기가 넘쳐난다. 물에 들어가기엔 쌀쌀한 날씨였으나 수많은 서핑객은 개의치 않은 듯하다. 파도도 강하게 쳤는데 서핑객은 거친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수준급 실력을 갖춘 서핑객은 자유자재로 파도를 타고, 초보 강습생은 교육을 들으며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가운데 파도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서핑객들의 움직임이 바다 그림을 더욱 더 생동감 있게 만든다. 서핑 가게들과 오토 캠핑장으로 북적이는 게 인구 해변과 더불어 양양의 또 다른 핫플이라 해도 손색없다.

죽도 해변 위 동산 해변에 있는 종합 안내판을 보니 백사장이 길지도 않는데 해변을 둘로 구분해 남쪽은 시변리 해변, 북쪽은 동산리 해변으로 칭하고 있다. 마을 경계선이 한 가운데를 지나 불가피하게 나누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동산 해변도 최근 서핑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바닷가에는 ‘바다를 넘다’라는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해변 근처 태국 해군 참전 기념탑과 양양지구 전투초전충혼비도 함께 세워져 있다. 38선 근처로 많은 전적비, 참전 기념탑, 충혼비 등이 지난 전쟁의 아픔을 말해주고 있다. 동산항은 지방 어항으로 주로 소형 어선들이 정박한다. 항구 안에 커다란 바위 더미가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설악산 바위가 굴러 떨어진 듯한 모습으로 위대한 자연 조각상을 보는 기분이 든다.

하조대 정자 [사진=김준철 기자]
하조대 정자 [사진=김준철 기자]

북분리 해변까지 지나면 코스는 마을 안쪽 길로 들어서 오르막 마을길로 빠지게 된다. 숲길을 지나기도 하고, 우측으로 7번 국도를 바라보며 걷기도 한다. 해파랑길 거점 마을로 지정돼 시골집들을 알록달록하게 색칠해 놨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가면서 도로 건너편을 보니 해난 어업인 위령탑과 어린이 교통 공원, 경찰 전적비 등이 보인다. 7번 국도로 가로막혀 구경할만한 스폿 가까이 가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들 찰나 길은 반대편으로 이어져 38선 휴게소로 인도한다. 안내문에 38선은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미·소 양국이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남과 북으로 나눠 점령한 군사 분계선이다. 한국 전쟁의 상흔을 되새겨보려는 듯 38선 휴게소 입구에 38선 표지석이 우뚝 서 있다. 휴게소를 지나면 기사문항이 나온다. 여기에도 마을 집 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한국 전쟁 아픔이 느껴지는 벽화들이 많아 여행객 마음을 철렁하게 한다.

기사문항은 현북면에 있는 작은 규모 어항으로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어업 활성화가 이뤄져 마을 주민 생활 수준은 다른 어촌 마을에 비해 높은 편이라는 후문이다. 어항으로 들어오는 방파제 끝에 설치한 이색적인 등대 모양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긴다. 오르막길이 계속되는 가운데 길 건너 만세 고개 표지석과 3.1 만세 운동 유적비가 보인다. 천안의 아우내 장터 만세 운동이 대표적인데, 양양에서도 1919년 4월 양양 장날을 기점으로 만세 운동이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군중 1000여명이 지금의 만세 고개를 넘어 독립 만세를 부를 때 일제 군경이 무차별 사격을 해 9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작은 시골 마을임을 감안한다면 3.1 운동의 엄청난 희생자가 나온 곳이지만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안타깝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무거운 마음을 갖고 걸음을 하조대로 옮긴다. 하조대는 2009년 12월 국가 지정 문화재인 명승 제68호로 지정됐다. 하조대는 고려 말~조선 초 문신인 하륜과 조준, 두 사람이 만난 곳이라 해 이들의 성을 따서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언덕 위에 정자가 우뚝 버티고 있고, 그 옆으로 절벽 위 소나무가 나 있다. 여행객들은 소나무와 절벽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려고 가지런히 줄을 선다. 하륜과 조준이 풍류를 즐길 만큼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정자에서 내려와 왼쪽 길로 옮기면 하조대 등대라고 불리는 무인 등대가 나온다. 하조대가 육지에서 툭 튀어나와 있어 등대 위치로는 제격이다. 아울러 해안으로 설치된 데크길과 엄청난 경사의 계단을 오르면 하조대 전망대가 나오는데, 그 높이가 어마어마해 동해가 한 눈에 담긴다. 다리에 힘을 주지 않으면 바다로 떨어질 것 같은 바람도 함께 분다. 뻥 뚫린 동해와 세찬 바람이 여행객 스트레스를 날리며 마음도 비우게 한다.

하조대 해수욕장 [사진=김준철 기자]
하조대 해수욕장 [사진=김준철 기자]

■ 43코스 : 10월 28일 숨은 양양의 절경(하조대 해변~수산항 입구 9.5km)

이번 코스는 9.5km로 상당히 짧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양양의 절경과 스토리가 있어 눈을 부릅뜨고 구경해야 한다. 하조대 해수욕장은 백사장 규모가 크고 모래가 부드러워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피서지로 적합하다. 중광정 해수욕장도 하조대 해수욕장과 붙어 있어 백사장을 길게 늘어뜨린다. 지난 60년간 군사보호구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해변으로 개장 이후 작고 한산한 해변이었으나 최초의 서핑 전용 해변인 ‘서퍼 비치’가 생기면서 위상은 달라졌다. 실제 중광정 해수욕장 근처 서핑 가게들의 화려한 인테리어를 보며 양양은 서핑객의 천국이라는 걸 다시 실감하고 간다. 해변 옆 곧게 뻗어 있는 도로는 바둑판같이 구획 정리가 완료돼 여행객이 일자로 걷기 편하다.

중광정리 마을길은 7번 국도와 나란히 가지만 거리가 떨어져 있고, 길 양쪽으로 나무숲과 밭이 이어진다. 전원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아늑한 길이다. 아침 이른 시간 산책을 하거나 러닝을 하는 주민과 여행객도 목도할 수 있다. 소나무 숲길을 제법 걸으니 여운포리라는 마을 표시가 보인다. 선사 유적로라는 이름이 붙은 도로를 따라가면 이번 코스 종점인 수산항과 오산리 선사 유적 박물관을 거쳐 낙산 대교에서 끝나게 된다. 여운포리 마을 벽화는 실제인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밀하게 그려 마치 갤러리에서 걸작을 구경하는 듯하다. 가을과 어울리지 않지만 쨍한 색감의 꽃을 그려 놓은 벽화 앞에서 사진 한 장 남기고 가기 좋다.

동호 해수욕장 [사진=김준철 기자]
동호 해수욕장 [사진=김준철 기자]

상운천을 지나면 양양 공항을 품고 있는 동호리로 진입한다. 길을 걷는 도중 비행기가 날아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동호교 중간에서 본 하천의 갈대는 향호 갈대만큼 빽빽하지 못하지만 오히려 듬성듬성 난 것이 운치를 더한다. 동호 해변은 앞서 밟아온 해수욕장처럼 북적임은 없으나 깔끔하면서도 한적한 매력이 있다. 바닷물이 깨끗하고 풍광이 뛰어나 곳곳에서 자유롭게 캠핑을 즐기는 여행객이 적지 않다. 또 동호 해변에선 2002년부터 ‘멸치 후리’라고 하는 멸치잡이 행사를 진행한다. 이 때문인지 동호 해변엔 작은 고깃배와 어부 형상을 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멸치잡이에는 많은 인원이 필요해 피서객 모두가 참여하게 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잡힌 고기는 후리꾼으로 참여한 이들에게 돌아간다고 하니 피서철 해볼 만한 체험이다.

종착지인 수산항은 나름의 크기를 자랑한다. 수산리는 마을 앞으로는 큰 바다, 마을 뒤론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배산임수의 최적 조건이자 60척의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동해안 최고 요트항이다. 수산항 요트 마리아에는 각양각색 요트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비수기라 대부분의 요트가 정박했는데, 오히려 항구를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요트 체험 외에도 투명 카누 체험과 선상 낚시 체험을 비롯해 계절에 따라 스노클링이나 도루묵 통발 체험도 가능하다. 항구 공사 중이라 다소 부산스러웠지만 항구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짧은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볼거리가 다양했던 코스를 복기하며 다음 코스로 넘어간다.

■ 44코스 : 10월 28일 낙산 해변의 포근함과 몽돌 소리길(수산항 입구~설악 해맞이 공원 12.6km)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차도 옆 인도를 따라 속초 방면으로 출발한다. 오른쪽 해안가로 리조트 건물이 멀리서부터 보이더니 쏠비치 호텔이 나타난다. 지난 삼척 트래킹 중 본 것과 유사한 리조트다. 퇴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입구 도로를 건너는데 애를 먹는다. 길 건너 왼쪽으론 양양 오산리 선사 유적 박물관을 만난다. 신석기 시대부터 영동 지역 선사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멀리 점봉산과 설악산 자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송전 해수욕장 안쪽엔 우거진 소나무 숲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솔바람 산책길로 강원 국제 교육원 인근까지 이어진다. 계속된 인도에 지친 몸을 솔숲에 담으니 절로 리프레시가 된다.

낙산 대교를 건너며 연어들이 회귀 본능에 따라 돌아온다는 남대천을 만난다. 오대산 두로봉에서 발원해 40km에 가까운 거리를 흘러 동해로 빠져나가는 하천이다. 대교 중앙에서 남대천과 동해가 만나는 지점을 바라보니 모래톱이 양쪽으로 쌓여있고 중앙에 한 줄기가 나 있다. 남대천이 연어의 고향으로 불리는 건 우리나라에 회귀하는 연어의 70% 이상이 남대천에서 알을 낳고, 이 연어들이 북태평양을 누비며 3~5년 간 성장한 후 11월 중순쯤 다시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10월 말~11월 초 사이 남대천 둔치에서 매년 연어 축제가 열린다. 2021년에는 남대천에 회귀하는 연어 폐사체가 늘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는데, 역시 하천 정비 사업 등으로 수심이 얕아진 탓이다. 양양군은 폐사체 연어 처리를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폐사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연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낙산 해수욕장 [사진=김준철 기자]
낙산 해수욕장 [사진=김준철 기자]

길은 낙산 해수욕장 끝에 마련된 데크길을 따라 이어진다. 낙산 해수욕장 풍경은 그야말로 포근하다. 바다를 다 품는 듯한 긴 백사장이 있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 바다를 따라 나 있어 안정적인 초록 색감을 더한다. 여기에 제주도 혹은 해외에서나 볼 법한 볏짚으로 엮어 놓은 파라솔이 일정한 간격으로 꽂혀 이국적인 느낌까지 들게 한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 온 여행객들이 파라솔 아래서 강아지와 소동을 벌이고, 가족 단위 관광객은 백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는다. 낙산 해수욕장에서는 멀리 낙산비치호텔과 낙산사 해수관음상을 볼 수 있으나 길은 낙산사로 들어가지 않고 우회해 후진항을 향해 간다.

낙산사를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알아챘는지 낙산사 일주문이 나타난다. 물론 입구일 뿐이지만 장엄한 입구가 사찰 크기를 가늠케 한다. 데크로 이뤄진 고갯길을 천천히 넘어왔더니 쪽빛 바다 설악 해수욕장이 쉬었다 가라고 유혹한다. 후진항 방파제와 오봉산 자락이 작은 만을 형성하고 있다. 에너지를 충전한 후 조금 더 북진하니 후진항이 나온다. 삼척시에서도 후진항을 봤는데 항구는 대동소이하다. 빨간 등대가 인상적인 쾌적한 항구로 방파제 낚시로 인기 있는 곳이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동해안 해안선으로 난 차도 옆으로 바다를 가슴에 품으며 일정을 이어간다.

정암 해수욕장 몽돌 [사진=김준철 기자]
정암 해수욕장 몽돌 [사진=김준철 기자]

다시 해안가 산책길이 좋은 정암 해변에 도착했다.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그림들로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15세기 낙산사 창건 당시 이곳 바위에 정을 박아 필요한 돌을 채취해서 정암리라고 붙였다고 한다. 해안은 모래와 몽돌이 함께해 따로 ‘몽돌 소리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를 쫑긋 열어 몽돌 구르는 소리를 듣는다. 파도가 몽돌을 때리는 소리가 청아하고 아름다워 귀가 간지러울 지경이다. 통나무 기둥에 올려진 솟대, 벤치에 그려진 그림, 각양각색 조형물까지 멋이 훌륭한 해변이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건 해변가 곳곳에 세워진 돌탑이다. 여행객 손때가 묻었고 소원을 담아 아슬아슬하게 올린 것으로 추정돼 가치가 더욱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길 중간중간 ‘몽돌을 지켜주세요’, ‘몽돌을 무단으로 채취 및 반출하게 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됩니다’라는 문구의 경고문이 박혀 있다.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의 훼손으로 해변이 처음 설치될 당시 모습을 많이 잃었다고 하니 부끄러운 여행객의 자화상이다. 정암 해변 몽돌이 들려주는 맑은 소리를 즐기기 위해 해변을 가꾸고 지키는 일은 이제 여행객 몫이다.

물치교를 건너며 내륙 쪽을 바라보니 웅장한 설악산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단풍이 절정이라 산이 아름다운 옷을 입었다. 설악항 전 양양군과 속초시 경계를 이루는 항구인 물치항이 나온다. 물치(沕淄)리는 상류 계곡에 산재해 있는 매장된 철광석과 노천 광석으로 인해 철 성분이 다량 합류돼 항상 검은 물이 흘러나온다고 해 이름이 유래됐다. 그러나 바로 옆 위치한 물치 해변은 그 유래가 무색하게 푸른 빛을 자랑한다. 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어 푸른 동해와 설악산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양양과 속초 경계를 넘어 관광 잠수한 선착장으로 들어선다. 이틀 연속 두 코스를 밟아 자세한 속초 여행은 잠시 미루고 양양 여행의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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