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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투어] ⑤문화 도시 경주? 경주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10.12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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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마다 걷기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요즘 걷기 여행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충 둘러보고 돌아서는 관광은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모든 감각을 통해 직접 수집된 오감만이 유일하게 진정한 관광으로 여행자를 인도합니다. 길 위에서 게으르게 움직이며 풍경과 세상사를 느껴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사유하고 재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자의 수요도 점차 늘어나는 중입니다. 천천히 구석구석 걷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여행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해파랑길’은 우리나라 동서남북을 잇는 코리아 둘레길의 동해안 구간으로, 부산광역시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50km의 장거리 걷기 여행길이다. 해파랑이라는 명칭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로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4월 ‘2021 걷기 여행 실태조사’를 발표했는데 해파랑길이 지난해 걷기 여행자가 선택한 국내 걷기 여행길 중 2위로 꼽혔다. 만족도 면에선 97.3%의 이용자가 여행에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방학, 휴가, 연휴 등을 맞아 해파랑길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몰려들 정도로 그 인기는 엄청나다. 참고로 1위는 ‘제주올레’다.

해파랑길 경주 구간 [사진=두루누비 홈페이지 캡처]
해파랑길 경주 구간 [사진=두루누비 홈페이지 캡처]

■ 10코스 : 주상절리 길 위에서 파도 소리를 듣다 (정자항~나아 해변 13.0km)

경주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무래도 천년고도 이미지가 강하다. 기자도 어릴 적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를 보고 경주는 문화재가 많은 도시, 이로 인해 수학여행의 메카 정도로만 생각했으며 그 이미지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경주 코스에서 볼 수 있는 문화재나 유적지는 소수다. 대다수가 놓치고 있는 경주만의 아름다운 바다와 작은 마을의 포근함을 느끼는데 집중해보자.

울산 정자항에서 이번 코스의 첫 발을 뗀다. 바닷가와 고층 빌딩 숲 사이를 번갈아 걷는 것이 1코스 해운대 신도시인 마린시티를 걷는 듯하다. 해안가로 들어가니 동해안에서 발견된 주상절리론 가장 오래된 강동 화암 주상절리가 나타난다. 약 2000만년 전인 신생대 제3기에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이 냉각되면서 주상절리가 생성됐다고 전해지는데, 그만큼 오랜 시간 바닷물에 씻기고 다듬어진 덕분인지 아주 매끄러운 모양으로 바다 위에 놓여있다.

주상절리에 감탄할 찰나 울산시와 경주시 경계선이 나온다. 시를 넘어가는 순간은 매번 새롭고 가슴을 때린다. 심리적인 에너지를 충전하고 움직이자 빠르게 관성 솔밭 해변길에 접어들게 된다. 그리 길진 않지만 해변을 따라 소나무가 일자로 쭉 뻗어 있고 그 아래 산책길이 조성돼있다. 도로 쪽 장사를 준비하는 음식점과 숙박 시설, 해변에 텐트를 치는 캠핑족들 때문에 다소 부산스럽지만 시선을 산책길 끝에 두고 집중하니 평화로운 트래킹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 [사진=김준철 기자]
경주 양남 주상절리 [사진=김준철 기자]

관성 솔밭 해변을 빠져나왔다고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계속해서 바다를 끼고 걷는 평탄한 길이 나오고, 하서 해안 공원이 비슷한 힐링을 주기 때문이다. 공원을 따라 걸으면 하서항 방파제에 툭 튀어나온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카메라 줌을 당겨 보니 포토 스폿인 사랑의 자물쇠다. 사랑의 자물쇠로 가려면 우주선처럼 생긴 물빛 사랑교를 지나야 하는데, 구전에 따르면 총각 처녀들이 달빛 어린 하서천 물속에 잠긴 수많은 별을 세며 사랑을 속삭인 것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사랑의 자물쇠와 물빛 사랑교를 보면서 하서 마을은 로맨틱한 마을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하서리부터는 이번 코스 하이라이트 주상절리 파도 소리길이 이어진다. 파도 소리길엔 여러 종류의 주상절리가 펼쳐져 있어 천혜의 지질 박물관이라는 지칭이 과하지 않다고 한다. 1.5km 남짓 되는 길을 따라 신기한 모양의 주상절리 향연이 펼쳐진다. 기울어진 주상절리를 지나면 위로 솟아오른 주상절리를 만나게 된다. 그 다음엔 누워있는 주상절리,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 심지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주상절리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신비로움이다. 또 각양각색의 주상절리만큼 주상절리 사이를 때리는 파도 소리 역시 다양하게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파도 소리길 중간 우뚝 솟은 주상절리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오르면 경주 앞바다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고, 앞서 본 주상절리들을 복습하게 된다. 정면엔 초록, 빨강, 하얀 등대가 나란히 서있는 읍천항이 있고, 다시 뒤로 돌아보면 울산 정자항부터 지나온 곳들이 보인다. 주상절리 전망대에선 양남 주상절리를 비롯한 다양한 지질 자원에 대한 전시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다. 더불어 지질 해설사가 상주해 관람객들에게 해설도 제공한다고 했는데, 점심 시간과 맞물린 탓인지 아쉽게도 해설은 듣지 못한 채 전망대를 내려와야 했다.

쭉 뻗은 데크길을 밟고 출렁다리를 지나자 주상절리 전망대에서 봤던 읍천항에 다다른다. 지도로 봤을 땐 작은 항구에 불과했으나, 활어 직판장이 항구를 따라 늘어서있고 항구 뒤쪽엔 벽화 마을이 있다. 2014년 친환경 관광 어항으로 탈바꿈한 이후 관광객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처럼 몇몇 여행객이 마을의 포근함을 더한다. 코스 종착지인 나아 해변도 마찬가지다. 몽돌이 파도에 쓸려 구르는 소리가 독특하고, 갈매기가 많이 날아들어 여행객들이 사진 찍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해변을 배경으로 휴대폰 카메라를 켜는 관광객을 바라보며 이번 코스를 마무리한다.

읍천항 등대 [사진=김준철 기자]
읍천항 등대 [사진=김준철 기자]

■ 11코스 : 문무왕의 호국 정신이 살아 숨 쉰다 (나아 해변~감포항 17.2km)

늦은 오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나아 해변을 아침 일찍 거닐어 본다. 모래와 자갈이 적절히 섞여 있는 해변을 걸으니 자박자박 소리가 난다. 나아 해변 뒤엔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돌아가고 있다. 국내 최초 가압중수로형(무거운 물을 감속재로 사용하는 것) 원자력 발전소로 1983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1호기는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계속 운전 승인을 받고 올해까지 운행을 지속할 예정이었으나 경제성을 이유로 2019년 영구 정지를 확정했다.

지금까진 오직 두 다리에 의존해 해파랑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번 코스를 관통하는 31번 국도는 이면도로라 인도가 협소할 뿐만 아니라 차량의 속도가 빨라 위험하고, 2.7km에 달하는 봉길 터널은 보행 이동 자체가 불가해 나아 원자력 발전소 후문부터 봉길 해수욕장까진 버스로 이동한다. 전 코스에 발자취를 남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버스 안에서 보는 풍경은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버스 안 에어컨 바람은 더운 날씨에 흘렸던 땀을 쏙 들어가게 만들고, 버스 창문 바깥 풍경은 빨리 감기한 것처럼 휙휙 지나가니 그 나름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단시간에 거리가 줄어들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버스에서 내려 봉길 해수욕장을 힘차게 걷는다. 봉길 해수욕장이 유명한 이유는 문무대왕릉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을 봉길 대왕암 해변으로 부르기도 한다. 문무대왕릉은 봉길 해수욕장 맞은편 동해에 빼꼼 솟아있는 작은 바위섬이다. 삼국 시대 통일을 완수한 문무왕은 불안정한 국가 안위를 위해 죽어서도 국가를 지키겠다는 뜻을 품었다. 이에 따라 문무왕 유해를 화장해 동해 대왕암 일대에 뿌리고 대석에 장례를 치렀다.

문무대왕릉 [사진=김준철 기자]
문무대왕릉 [사진=김준철 기자]

사실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봤던 교과서 내용과 사진으론 상당히 웅장한 바위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작은 바위 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안에 숨은 문무왕의 뜻을 고려하면 초라한 바위섬이 주는 오묘한 아우라가 느껴질 정도다.

또 과거엔 대왕암 아래 유골함 유무로 논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자연 바위인 대왕암은 사방으로 바닷물이 들고 나는 수로처럼 보이고, 잔잔한 수면 아래 넓적한 거북 모양의 돌이 덮여 있는데, 이 안에 문무왕의 유골이 묻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2001년 지리학자들 조사를 토대로 대왕암 한가운데 있는 복개석을 비파괴 검사로 조사했는데, 유골함을 묻을 공간이나 흔적조차 없었다. 따라서 대왕암은 문무왕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자 사적의 의미를 갖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대왕암 안에 유골함을 넣었는데, 오래 전 바다로 흘러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며 다시 북진하기 시작한다.

대본항과 가곡항 등 조그마한 항구와 방파제를 여럿 지나며 나정항까지 도달한다. 나정항 바로 위엔 나정 고운 모래 해변이 있다. 이름만큼이나 모래가 곱다. 4코스 나사 해수욕장과 비교했을 때 비슷할 정도의 잔잔한 모래라 백사장을 맨발로 뛰노는 여행객이 몇몇 보인다. 아울러 모터 보트, 바나나 보트 등 수상 레저 활동이 가능해 여름철엔 활기가 넘치는 해변이라고 전해진다.

나정 해변 [사진=김준철 기자]
나정 해변 [사진=김준철 기자]

잠깐의 휴식을 뒤로 하고 이번 코스 종착지를 향해 힘을 낸다. 전촌항을 지나면 전촌 용굴이 펼쳐진다. 경주 감포에 파도와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 조각품이다. 사룡굴과 단용굴 두 곳이 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용과 관련된 설화를 품고 있다. 본래 대중에게 군사 작전 구역으로 공개되지 않던 곳인데, 해안가를 따라 목재 데크 산책로가 조성돼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게 됐다.

규모가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진 등대가 우뚝 솟아있고, 드나드는 어선이 많은 동해 남부 중심 어항인 감포항이 얼마 못 가 나타난다. 재래시장과 싱싱한 횟감을 파는 음식집이 늘어선 감포항 방파제 근처에서 앞서 걸었던 길을 복기하며 코스를 마무리한다.

감포항 [사진=김준철 기자]
감포항 [사진=김준철 기자]

■ 12코스 : 동해 경관과 미항의 포근함 (감포항~양포항 13.3km)

감포항 방파제는 동해 일출을 감상하기에 좋은 포인트로 알려졌다. 기자도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볼까 생각했지만 만신이 앞선 코스를 밟아오느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버틴다. 늦은 아침이 돼서야 감포항 하늘 위 걸려있는 해를 보며 일정을 시작한다.

오류 공원 중간 위치한 송대말 등대는 원래 백색의 원형이었으나, 등대를 정비하면서 문무왕의 은혜를 기리는 의미를 지닌 감은사지 3층 석탑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건립됐다. 하지만 이는 등대 박물관 일부로 활용되고 있고, 바로 옆 사진 찍기 좋은 또 다른 등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래 송대말이라는 의미는 소나무가 펼쳐진 끝자락이라는 의미다. 하얀 등대와 푸른 소나무 숲이 잘 어우러지는 이곳에선 푸른빛이 도는 동해를 조망하기 좋다.

잠시 바닷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한 뒤 특이한 모래 해변이라 불리는 오류 고아라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백사장 모래가 비단을 펼쳐 자로 잰 것과 같다고 해 이 일대를 척사(尺沙)라고 부르기도 한다. 민물에 접해 있어 가족 단위 캠프에 적절하고, 모래가 부드러워 모래찜질하기에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앞 코스의 나정 고운 모래 해변과 비교했을 땐 훨씬 모래 입자가 작아 ‘고아라’라고 의미를 더욱 강조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양포항 [사진=김준철 기자]
양포항 [사진=김준철 기자]

경주 북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연동 마을엔 고려 말 성씨가 다른 세 집이 이주해 와 마을을 개척할 당시 연못에 연꽃이 많아 연동이라고 불렸다는 구전이 전해진다. 마을 배경 자체는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의외로 액티브한 곳이라 반전이다. 흔히 짚라인이나 짚트랙으로 불리는 아라나비가 생뚱맞게 항구 옆에 서있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11m의 계단을 올라가면 왕복 140m의 코스를 바다 위에서 구경할 수 있다. 또 연동항은 방파제로 막혀 있기 때문에 호수처럼 고요해 어린아이들도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카약과 전통 대나무 낚시 등 해양 레포츠 시설과 시스템을 다수 갖추고 있어 온 가족이 만족할만한 바다 체험이 가능하다.

연동 마을을 지나면 포항시로 접어들게 된다. 가장 처음 나타나는 마을인 두원리는 소탈하다. 파도와 몽돌이 빚어내는 이중주가 심장박동을 서서히 떨어뜨리고, 도로 아무데나 어망을 깔고 미역과 우뭇가사리 등 해조류를 말리는 모습은 여느 어촌과 다를 것 없다. 어항에는 어선들이 한가롭게 떠 있고, 구름도 어촌의 느린 템포에 익숙한 듯 천천히 흘러간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코스는 오프로드가 많다. 백사장과 31번 국도를 오르내려야 하고, 골목과 데크길, 야트막한 언덕도 넘어야 한다. 특히 지난 코스에서 대중교통의 달콤한 맛을 봤기에 이번 코스가 배로 힘들게 느껴지는 게 그럴만하다. 그러나 길들이 각기 다른 얼굴이라 다양한 매력을 더한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어촌 분위기는 따뜻하고, 조그마한 어항은 부산과 울산에서 봤던 어항과 또 다른 아늑함을 준다.

다양한 패턴의 길을 걷다 보니 코스를 마무리하는 양포항이 보이기 시작한다. 양포항은 포항의 미항으로, 어선이 정박하고 있는 항 주변이나 방파제엔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이 많다. 아울러 국가 어항으로 지난 7월엔 ‘클린 국가 어항 공모 사업’ 대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양포항이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 관광, 레저, 어업을 아우르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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